[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감독’ 히딩크의 마지막 행선지는 예정대로 ‘조국’ 네덜란드였다. 네덜란드축구협회는 28일(한국시간) 히딩크 감독 선임을 공식 발표했다.
히딩크 감독이 떠난 16년 동안 네덜란드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준우승 외에 메이저대회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히딩크 감독 선임은 명가 재건과 함께 1988년 이후 28년 만에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우승을 위해 꺼낸 ‘히든카드’다.
↑ 히딩크 감독은 조국의 부름에 응했다. 그는 네덜란드를 위해 지도자로서 마지막 불꽃을 태운다. 사진=MK스포츠 DB |
앞일은 분명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히딩크 감독이 유로 2016을 마친 후 ‘오렌지군단’의 수장으로 남을 일은 없어 보인다. 네덜란드축구협회는 히딩크 감독의 연장 계약 대신 대니 블린트 수석코치의 감독 승격을 계획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및 유로 2012 본선 진출 실패 등 ‘매직’이 약해진 히딩크 감독의 능력을 의심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2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네덜란드의 대표팀 전력 강화 및 후계자 양성을 위해 히딩크 감독만큼의 능력을 가진 이가 없다는 확신이 들어서있다.
히딩크 감독은 지난해 안지 마하치칼라(러시아)와 계약 해지한 이후 은퇴설이 끊이지 않았다. 칠순이 넘어도 현장에서 활동하는 지도자도 꽤 있지만, 과거 늙어서까지 지도자 생활을 할 뜻이 없다는 의사를 피력했던 히딩크 감독이었다. 히딩크 감독은 68세로 2년 뒤면 70세다. 지난 1월 무릎 수술을 하기도 했다. 2년 뒤 또 다른 ‘모험’과 ‘도전’을 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실상 히딩크 감독의 ‘마지막 불꽃’이다. 그리고 그 불꽃을 태우는 게 ‘조국’이라는 점이 의미하는 바가 크다. 눈여겨 볼 건 ‘성공’보다 ‘미래 설계’라는 점이다. 오렌지군단의 발전을 위해 ‘애국’과 ‘봉사’하는 마음으로 조국의 부름에 응했다.
히딩크 감독도 자신의 역할을 매우 잘 알고 있다. 공식 선임 발표가 난 이후 그는 네덜란드를 단단한 팀으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그리고 장기적인 비전을 이어갈 후임자 준비에 대해서도 빼놓지 않았다.
그의 인터뷰를 살펴보면, 단기적인 성과보다 장기적인 발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큰 그림을 그려주고, 그 그림을 계속 그려갈 후임자를 양성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미 네덜란드는 히딩크 감독의 후임으로 블린트 수석코치를 낙점했다. 블린트 수석코치는 유로 2016 이후 홀로서기를 하는데, 그 뿌리는 히딩크 감독 계승이다.
새로운 오렌지군단의 초석을 다지는데 있어 그 뼈대가 히딩크 감독인 것이다. 히딩크 감독이 그
히딩크 감독은 개인적으로 4강 징크스를 씻을 기회를 얻었다. 그가 맡은 팀 가운데 네덜란드는 레알 마드리드 이후 가장 객관적인 전력이 강하며, 우승에 근접하다. 그렇지만 그가 마지막이 될 선택은 개인의 명예 회복보다 조국의 미래 성장에 가까웠다.
[rok1954@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