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윤성효 부산 감독은 요새 웃음이 많아졌다. 많아졌다는 것을 넘어 헤프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다. 여유가 넘친다는 질문에 “인상 쓰고 스트레스 받는다고 달라지는 것도 없는데예”라며 허허실실로 일관이다.
불과 2년 전만해도 윤 감독은 무뚝뚝한 ‘경상도 사나이’의 전형에 가까웠다. 수원의 지휘봉을 잡고 있을 때 이야기다. 하지만 지난해 고향 부산의 사령탑을 맡은 뒤 조금씩 달라졌다. 과거에는 자신도 잘 웃지 않던 사람이 이제는 남을 웃기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런데 다시 웃음기를 뺐다. 선수들의 정신이 해이해졌다며 일갈했다.
↑ 무뚝뚝한 ‘경상도 사나이’ 이미지를 벗고 푸근한 아저씨로 변신한 윤성효 감독이 다시 매서운 독사로 돌아왔다. 친정 수원과의 대결을 앞두고 정신무장을 강조했다. 사진= MK스포츠 DB |
1-1 무승부로 끝나면서 연승에 제동이 걸렸으나 지난 4라운드도 부산으로서는 소기의 성과였다. 승점을 추가하면서 순위를 4위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전북에게 완패할 때도 웃었던 윤성효 감독은 선수들을 크게 질타했다.
결과적으로 상주가 더 아까웠던 경기다. 부산은 전반 39분 이상호에게 PK를 허용하면서 끌려갔고 후반 22분에는 공격의 핵 파그너가 퇴장 판정을 받아 잔여시간을 10명에서 싸워야했다. 그런 와중 후반 43분 양동현의 극적인 골이 터지면서 무승부로 마감됐으니 차라리 다행에 가까운 결과다. 하지만 윤 감독의 심기는 불편했다.
당시 경기 후 윤성효 감독은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고 지적한 뒤 “경기 초반 선수들의 모습에 아쉬움을 느낀다. 그나마 만족스러운 것은 파그너가 퇴장 당한 이후 보여준 선수들의 적극적인 경기 운영뿐이었다”고 쓴 소리를 이었다. 이유 있는 지적이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스스로 말한 “올해는 잡아야할 팀은 꼭 잡아야한다”는 목표와 관련이 있다.
윤 감독은 “지난해 부산은 강팀에는 나름 강했으나 약팀에게 오히려 약한 모습을 보였다. 대전, 강원 등 객관적인 전력이 다소 떨어지는 팀들에게만 승점을 잘 챙겼어도 ACL 진출까지 노려볼 수 있었다”면서 “상주전에서 지난해 부산의 모습이 보였다. 프로라면 한 순간도 방심해서는 안된다”며 선수들의 부족한 정신력을 꼬집었다. 타이밍 상 적절한 채찍이었다.
개막과 동시에 전북-포항-서울 등 강호들과의 대결을 2승1패로 잘 통과했다. 서울 원정에서 승리한 뒤 윤 감독은 “강팀들과의 3연전이 ‘도 아니면 모’라고 생각했다. 3연패할 수도 있었으나 다행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비로소 기쁨을 전한 뒤 “이 분위기를 살려서 계속 연승을 이어갈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어려운 고비를 잘 넘겼으니 탄력을 받아야한다는 다짐이었는데 생각과 다르게 무승부에 그쳤으니 허허실실을 잠시 접어야했다.
게다 다음 라운드가 30일 수원 원정이다. 윤성효 감독이 부산으로 오기 전 맡았던 팀으로, 반드시 잡고 싶을 상대다. 개인적인 인연도 인연이지만 팀으로서도 고비다. 부산은 수원을 만난 뒤 오는 4월6일 울산과 홈에서 맞붙는다. 만만한 팀이 없는 시즌이지만, 수원-울산 2연전은 포항-서울전 만큼 난관이다.
“정상에 대한 욕심이 없다”면서도 “올해는 우리도 해볼 만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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