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김기태(45) LG 트윈스 감독이 개막 시리즈부터 파격적인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은퇴 기로에 섰던 베테랑 투수 김선우(37)에 이어 이번엔 신인 투수 임지섭(19)이 개막 시리즈 선발 등판한다. 무려 18세 차이가 나는 극과 극의 선택이다.
LG의 개막 1, 2선발은 모두 파격이다. 5선발과 불펜 후보로 거론됐던 김선우와 임지섭을 개막시리즈 선발로 내세웠다. 이 자체로 깜짝 놀랄 만한 이슈다. 새 외국인 투수 코리 리오단과 류제국, 우규민 등 1~3선발을 꼭꼭 숨겼다.
↑ 김기태 LG 트윈스 감독이 2014 프로야구 개막 시리즈부터 파격적인 선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사진=MK스포츠 DB |
지난 29일 잠실 두산전. 김선우 카드는 이유 있는 선발이었다. 지난해까지 6년간 몸담았던 친정팀을 상대로 김선우를 내세워 정면승부를 시도했다. 김 감독은 김선우의 공에 대한 신뢰와 함께 두산전이기 때문에 더 유리하다는 판단을 했다. 결과는 실패로 끝났다. 김선우는 홈런 두 방을 얻어맞고 3⅓이닝 4실점으로 부진했다. LG는 두산에 4-5로 역전패를 당했다.
그러나 김선우 카드 불발은 개막 2선발 결정에 어떤 영향을 주지도 않았다. 오히려 더 파격적인 임지섭을 내세웠다.
임지섭은 지난해 LG에 입단한 좌완 기대주다. 190cm, 94kg의 당당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150㎞대 강속구 투수로 제주고 시절부터 국가대표 에이스로 이름을 날렸다. 지난해 고교 성적은 18경기 97⅔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1.56을 찍은 괴물 투수. 특히 탈삼진 163개를 기록하며 이닝당 1.67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그러나 프로 데뷔와 함께 개막 시리즈 선발 등판은 예상 밖의 일이다. 잠재력과 기량은 충분하지만,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야생마 같은 신인이다. 선발로 키울 계획은 맞지만 당장은 아니었다. 불펜과 2군을 오가며 시즌 초중반 선발로 시험 기용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 시범경기에서도 두 차례 불펜으로 나서 5⅓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김선우에 이은 임지섭 선발은 김 감독의 스타일을 확실히 알 수 있는 부분이다. LG에서 3년차 지휘봉을 잡으며 자신의 색깔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김 감독은 단순히 선수 개인의 능력보다 팀 전체의 분위기를 높게 둔다. 한 마디로 의리파다. 김선우 개막전 선발은 의미가 크다. 김선우는 두산에서 LG로 이적하면서 마음고생이 심했다. 그래서 LG행 확정 직후부터 몸만들기에 들어가 구슬땀을 흘렸다.
김 감독의 김선우 선발은 베테랑 투수의 자존심을 세우고 명예회복을 시키겠다는 의중이 깔려 있었다. 한 경기 승패에 연연하지 않은 선택이었다.
↑ LG 트윈스 좌완 신인 임지섭이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2014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의 개막 2차전 선발로 깜짝 등판한다. 사진=MK스포츠 DB |
김 감독이 꺼내든 두 장의 깜짝 카드. 그 중 하나는 히든카드가 될 수 있을까. 이제 페넌트레이스 시작이다. 김 감독의 선택이 악수가 될지 묘수가 될지 시즌을 길게 지켜봐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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