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전주) 임성일 기자] 전북현대가 지난해 ACL 광저우 에버그란데에게 멋지게 복수했다.
전북은 2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광저우와의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4차전에서 후반 30분 레오나르도의 짜릿한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이겼다. 후반 21분 정혁이 퇴장 당하면서 숫적 열세에 놓인 상황에서 거둔 귀한 승리였다.
↑ 전북이 광저우에게 멋지게 복수했다. 레오나르도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10명이 싸워야했으나 정신력에서 앞섰다. 사진(전주)= 옥영화 기자 |
경기 후 최강희 감독은 “이런 분위기라면 광저우를 이길 팀이 없다. 광저우가 우승을 해야한다”면서 직격탄을 날린 뒤 “한 가지 말해둘 것이 있다. 다음 전주에서 만날 때는 확실하게 복수해주겠다”는 말로 이를 악물었다. 선수들도, 전주성에 모인 팬들도 같은 마음이었다.
뒤를 보지 않는 경기운영이었다. 대부분의 경기에서 후반 조커로 활용했던 레오나르도를 선발로 넣은 것을 비롯해 전반부터 승부수를 띄운다는 복안이 눈에 보였다. 선수들은 45분 경기에 임한다는 자세로 강하게 압박했고 대부분의 경기를 광저우 진영에서 펼치고자 노력했다. 체력소모가 컸으나, 당황하면서 대응할 수밖에 없던 광저우의 호흡도 함께 가빠졌다. 전반에만 경고가 4장 나왔다. 전쟁이었다.
마음먹고 달려들던 전북은 꽤 여러 차례 좋은 찬스를 만들어냈다. 상대적으로 다른 선수들에 비해 체력을 비축한 레오나르도 쪽이 주된 루트였으나 중앙과 측면을 가리지 않고 기회가 나면 적극적으로 두들겼다. 역습을 허용할 불안요소가 있던 운영이었으나 전북 선수들의 투지는 크게 위험한 상황을 연출시키지 않았다. 골이 터지지 않았으나 전체적인 주도권을 전북이 쥐고 있었다.
리피 감독으로서는 변화가 필요했다. 후반 시작과 함께 리아오 리셩을 빼고 무리끼를 투입했다. 몸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있었으나 리피도 무리끼를 아낄 수는 없었다. 6분 뒤 리피는 또 다시 정즈를 빼고 롱하오를 넣었다. 하지만 전북은 교체 없이 똑같이 임했다. 그리고 후반도 똑같이 전북이 주도권을 잡았다.
외려 더욱 적극적으로 전북이 찬스를 만들어냈다. 후반 16분 한교원이 오른쪽을 돌파한 뒤 낮고 빠르게 올린 크로스를 이동국이 정확하게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됐으나 오른쪽 포스트를 때리는 아쉬운 찬스가 있었다. 경기장 분위기는 더욱 뜨거워졌고, 당황한 쪽은 광저우였다. 좋은 흐름이었는데 생각지 않았던 변수가 발생했다. 후반 21분, 정혁이 경고를 받았다. 전반 43분, 이미 옐로카드가 한 장 있었던 정혁이 경고누적으로 퇴장을 당한 것이다. 악재였다.
1명이 부족한 상황에서 흐름은 광저우 쪽으로 넘어갔다. 무조건 압박을 취할 수 없던 상황이다. 불가피하게 수비적으로 운영하면서 역습을 노려야했다. 체력적인 부담이 축적된 시간이기에 실마리가 쉽지 않았다. 이때 놀라운 장면이 연출됐다.
후반 30분 이재성이 하프라인 아래에서 로빙 패스를 전방으로 투입했고 왼쪽 측면을 파고들던 레오나르도가 떨어지는 지점을 정확히 포착,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하면서 광저우의 골망을 흔들었다. 소름
이후 경기는 그야말로 투혼이었다. 전북 선수들은 온몸을 내던져서 광저우의 파상공세를 막아냈다. 근육경련이 나는 선수들이 부지기수였으나 정신력으로 버텨냈다. 전주성을 채운 팬들의 함성이 힘이 됐음은 물론이다. 결국 전북은 1-0 승리를 지켰고, 리피 감독의 오만함을 보기 좋게 무너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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