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광주) 이상철 기자] 2014시즌 프로야구 개막 엔트리에 프로 첫 해부터 선배들을 제치고 한 자리를 꿰찬 새내기는 총 7명이다. 박민호(SK)를 제외하고는 모두 프로 데뷔 무대를 치렀다.
한화의 포수 김민수와 투수 최영환은 김응용 감독의 중용으로 꾸준하게 출전 기회를 얻고 있다. 이제 막 뚜껑을 열었을 뿐이나 일단 경쟁자보다 한 발 앞서 나가고 있다. 그런데 ‘독수리’ 둘 만의 비행이 아니다.
KIA의 내야수 강한울도 있다. 눈에 확 띄는 플레이를 펼친 건 아니나, 묵묵히 제 몫을 하며 빛을 내고 있다. 시쳇말로 소리 없이 강한 스타일이다.
↑ 강한울은 최대한 많은 경기를 뛰는 게 목표다. 선동열 감독은 꾸준하게 그 기회를 주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원광대 시절 두드러진 활약을 펼쳤지만 스프링캠프 및 시범경기에서도 활약하며 눈도장을 찍었다. 스프링캠프에서 MVP를 차지하더니 시범경기에서는 타율 2할7리 1홈런 3타점을 기록했다. 펀치력이 약하는 평이었는데 잠실구장에서 홈런을 날리기도 했다. 꾸준히 시범경기에서 기회가 주어졌고 이를 잘 살렸다. 그리고 개막 엔트리 합류 통보를 전해 들었다.
어느 정도 확신도 있었으나 그 이야기를 들으니 뛸 듯이 기뻤다. 강한울은 “시범경기에서 내가 가진 걸 다 보여주지 못했다.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아쉬움이 컸다. 그래도 솔직히 기대는 컸다. 믿음도 있었는데, 개막 엔트리에 포함됐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매우 영광스러웠다”라고 말했다.
강한울은 시범경기를 마치면서 프로 첫 해 목표로 “무조건 많이 뛰기”라고 밝혔다. 대수비든 대주자든 최대한 많은 경기에 나가 경험을 쌓으면서 팀 승리에 보탬이 되겠다는 각오였다. 그의 바람대로 강한울은 3경기에 출전했다. KIA가 5경기를 했으니 60%다.
선발 출전은 아니었지만 그는 묵묵히 제 역할을 소화했다. 프로 데뷔부터 극적이었다. 지난달 30일 대구 삼성전에서 4회 2루수 안치홍이 연속 실책을 하자, 선동열 감독은 강한울의 교체를 지시했다.
살 떨리는 프로 데뷔일 텐데, 그는 강심장이었다. 구멍이 됐던 2루 수비를 훌륭히 했다. “별로 떨리지는 않았다. 그저 실수만 하지 말자고, 내 몫만이라도 잘 하자는 마음가짐뿐이었다.” 강한울의 말대로 그는 실수 없이 프로 첫 경기를 잘 마쳤다.
↑ 강한울(10번)은 3월 30일 대구 삼성전에서 4회 도중 안치홍을 대신해 투입됐다. 그의 프로 데뷔 무대였는데, 스스로 주문한대로 실수 없이 경기를 잘 마쳤다. 사진=MK스포츠 DB |
그날 그의 역할은 대주자 만이었다. 7-7로 맞선 9회 2사 1,2루에서 대타 이종환과 교체됐다. KIA는 이종환의 끝내기 안타를 바랐으나 결과는 삼진이었다. 강한울 입장에선 ‘영웅’이 될 기회가 사라졌다.
그러나 강한울은 손사래를 쳤다. 그는 “교체는 당연했다. (이)종환이형이 나보다 훨씬 잘 치고 있다. 그런 것에 대한 욕심은 별로 없다. 그저 최대한 많이 뛰면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라고 말했다.
프로 생활이 하나부터 열까지 재밌다는 강한울은 걸음마를 떼고 있다. 서두르지 않으면서 하나씩 차근차근 배우며 이뤄나가고 있다. 첫 출전, 첫 득점은 했다. 이제 지향점은 첫 안타다.
다만 첫 안타 치기가 쉽지가 않다. 지난 3일 경기에서 강한울은 두 차례 타석에 섰다. 중반 김선빈 대신 들어가 7회와 9회 타격 기회가 찾아왔다. 7회 2사에선 삼진이었다. 9회에는 2사 1,2루의 찬스였다. 이미 승부가 기운 시점이었으나 첫 안타와 첫 타점을 동시에 이룰 수 있었다. 풀 카운트까지 가며 원종현을 물고 늘어졌지만, 결과는 헛스윙 삼진이었다. 개인 시즌 성적은 4타수 무안타 타율 0. 한 번 물꼬만 터지면 될 듯 한데 그렇지 못
강한울은 “삼성전 9회 (안지만을 상대로)잘 때린 타구가 외야수에게 잡혔다. 차차 나아질 것이다”라며 “(아직 많이 부족하나)내 타격에서 (선수단에)기대감을 심어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더 잘 하는 모습을 빨리 보여주고 싶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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