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인천) 이상철 기자] 5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프로야구 역사상 최고의 포수로 불린 사나이가 ‘안녕’을 고했다. 문학구장을 찾은 팬은 “박경완”을 연호하며 그동안의 감사함을 전했다.
선수 박경완이 떠났다. 지난해 시즌 종료 후 현역 은퇴 선언과 함께 퓨처스(2군) 감독이 됐지만, SK 팬 앞에 공식 은퇴식을 갖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레전드와 작별을 했지만 슬프진 않았다. 따뜻함이 가득했던, 축제와 같은 무대였다.
이날 열린 한화-SK전은 박경완을 기리는 경기였다. 박경완의 은퇴식에 맞춰 행사가 진행됐다. 박경완은 ‘단짝’ 김원형과 함께 시구자로 등장했는데, 평소와는 다른 시구였다. 현역 시절 포지션이 ‘포수’인 만큼 김원형의 투구를 받아 2루로 송구하는 걸 ‘시구’로 했다. 지난해 박재홍이 우익수 위치에서 홈 송구로 시구를 한 것처럼 그랬다.
↑ ‘선수’ 박경완이 5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은퇴식을 가졌다. 그의 은퇴식은 성대했고 화려했으며 아름다웠다. 사진(인천)=김영구 기자 |
실상 시구 전 갑작스레 하늘에서 비가 내렸다. 관중들은 저마다 우산을 펴며 비를 피해야 했다. 그러나 많은 양의 비는 아니었다. 그리고 거짓말 같이 시구 시작 시간이 다가오자 비가 뚝 그쳤다. 마치 박경완의 은퇴를 하늘도 슬퍼하는 듯 했다.
박경완은 “시구를 위해 포수 장비를 착용하느라 비가 오는 줄 몰랐다. 나중에 이야기를 들었다. 비 예보가 없었는데 비가 내리니, 마치 내가 흘릴 눈물을 하늘이 대신 흘려주는 것 같다”라며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은퇴식 및 영구결번식도 ‘잔치’였다. 한화에 짜릿한 6-2 역전승을 거뒀던 터라, 박경완의 마음도 발걸음도 한결 가벼웠다.
오픈카를 타고 입장한 박경완은 기념사진을 촬영한 후 은퇴사 낭독과 함께 레전드의 발자취 세리머니를 펼쳤다. 그 가운데 SK 팬은 그의 응원가를 부르며 뜨겁게 그를 맞이했다.
현역 시절 그의 등번호였던 26번에 대한 영구결번식도 가졌다. 외야 왼쪽의 한쪽에는 26번이 새겨진 야구공 모형의 조형물이 등장했다. 이어 ‘각별한 후배’ 김광현이 마운드에 오르며, 2010년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우승한 후 펼쳤던 ‘Last Cathcher 세리머니’를 재현했다.
김광현과 한 차례 연습 투구를 한 후 김광현이 던진 공이 박경완의 미트에 들어갔다. 김광현의 말마따나 의미있는 ‘1구’였다.
김광현은 4년 전처럼 90도로 인사를 했고, 박경완은 두 팔을 벌리고 환호하며 마운드로 달려가 후배를 포옹했다. 박경완은 “오랜만에 포수 장비를 착용하니 기분이 좋더라. 이제 사용할 수는 없지만 26번을 더 쓰고 싶긴 하다”라며 머쓱하게 웃었다.
↑ ‘선수’ 박경완이 5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은퇴식을 가졌다. 김광현과 포옹을 하는 등 2010년 한국시리즈 우승 세리머니를 재현하기도 했다. 사진(인천)=김영구 기자 |
그리고 그가 현역 시절 타석에 설 때 쓰였던 BGM인 자전거를 탄 풍경의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이 울려퍼졌다. 1루 단상에 오른
박경완, 그의 마지막 가는 모습은 쓸쓸하지 않았다. SK 팬의 환호 및 격려 속에 당당하게 떠났다. 아름다운 작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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