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전북은 자타가 공인하는 K리그의 강호다.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올 시즌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근래 가장 확실한 성과물을 내며 강팀의 미덕인 ‘꾸준함’을 실천하고 있다. 최강희 감독이 2005년 여름 전북에 부임한 이후 10년, 전북은 2006년 ACL 우승과 2009·2011년 K리그 우승 등 확실한 강호로 자리매김했다. “3위를 해도 욕을 먹는다”는 이동국의 푸념에서 그들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지난해 전북의 순위는 3위였다.
올 시즌도 그렇지만, 전북은 과감한 투자를 통해 늘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스쿼드를 만들고 있다. 어지간한 실력으로는 명함도 내밀기 힘들고 이제 막 프로에 데뷔하는 신인들이 비집고 들어가기란 더더욱 힘들다. 괜스레 ‘신인들의 무덤’이라는 표현이 나온 게 아니다. 그런데 올해는 범상치 않은 꽃이 그 불모지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느낌이다. 대상은 광저우전의 히어로 이재성이다.
↑ ‘신인들의 무덤’이라는 표현이 나온 게 아니다. 그런데 올해는 범상치 않은 꽃이 그 불모지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느낌이다. 최강희 감독도 반한 슈퍼 루키다. 사진= 전북현대 제공 |
빡빡한 일정 속에서 로테이션을 위해 출전하는 수준이 아니다. 외려 ‘플랜A’ 멤버에 가깝다. 큰 경기에는 모조리 이재성이 나서고 있다. 이재성은 전북의 2014시즌 첫 단추였던 요코하마와의 ACL 1차전(2월26일)에 깜짝 선발로 출전했다. 이승기 한교원 등과 2선에서 호흡을 맞춘 이재성은 후반 12분 레오나르도와 교체될 때까지 약 60분간 떨리는 데뷔전을 치렀다.
비록 포인트를 올리지는 못했으나 개막전에 투입됐다는 것은 최강희 감독의 신뢰가 두텁다는 방증이다. 팀의 핵심 미드필더 정혁도 “워낙 동계훈련 때부터 두각을 나타내기는 했지만 첫 경기에 나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는 말을 전했을 정도다. K리그 클래식은 지난 3월15일 인천과의 원정 2라운드가 데뷔전이었다. 이재성은 풀타임을 뛰면서 1-0 승리에 일조했다. 최 감독은 분명 이재성을 중요한 자원으로 여기고 있다.
백미는 역시 지난 2일 광저우 에버그란데와의 ‘복수혈전’이었다. 그 중요한 경기에 이재성은 또 다시 선발로 나왔고 풀타임을 뛰었으며 10명이 뛰던 후반 30분, 멋진 로빙 패스로 레오나르도의 동점골을 어시스트하면서 승리의 주인공이 됐다. 이재성은 지난 6일 FC서울과의 원정경기 때에도 당당히 베스트 멤버로 필드를 밟았다.
최강희 감독은 “동계훈련 때부터 워낙 잘 따라와 줬다. 아직은 팀이 수비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때라 덜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치고 있는데, 지금보다도 더 공격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는 선수다. 슈팅력도 뛰어나다”는 말로 새내기 칭찬에 인색함이 없었다. 실제로 이재성은 브라질 전지훈련 기간 동안 4골을 터뜨려 이동국(3골)을 재치고 최다득점자가 됐다. 겁 없는 신인이 탄생하던 순간이다. 정혁은 “팀 안에서는 이미 ‘왼발 이승기’로 통한다”는 말로 기대감에 기름을 부었다.
‘신인들의 무덤’이라는 불모지에 과연 꽃이 필 수 있을까. 지금껏 전북이 배출한 신인왕은 2명뿐이다. 2000년 양현정 그리고 2006년 염기훈 이후 완산벌에서는 ’슈퍼루키’의 맥이 끊겼다. 이제 겨우 시즌 초반인데 신인왕(영플레이어상) 운운은 분명 호들갑이지만 기대의 시선이 모아지는 것은 분명하다. 최강희 감독에게 물었다. 바통을 이어줄만한 자원이 될 수 있겠냐고. 최강희 감독은
“그땐(2006년) 워낙 선수들이 없어서 신인들도 다 뛰어야했던 때고......”
최강희 감독이 인정하고 불모지도 자리를 허락한 당찬 새내기다. 아직 채 피지도 않았다. 그래서 또 흥미롭다. 얼마나 멀리 퍼질지 모르는 향기를 꽃망울 속에 감추고 있기에, 이재성의 행보는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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