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을 향한 ‘미움’ 때문일까 아니면 홍명보호에 대한 ‘비움’ 때문일까. 포항스틸러스의 못 말리는 3년차 이명주가 펄펄 날고 있다. 데뷔 시즌이던 2012년 신인왕에 등극했고 지난해에는 ‘2년차 징크스’를 우습게 여기며 김신욱과 MVP 경쟁을 펼쳤던 이명주가 올해 역시 돋보이는 활약상을 이어가고 있다.
6라운드를 치른 현재 이명주는 공격 포인트(골+도움) 부문 1위다. 3골을 넣었고 도움은 4개를 기록했다. 5골1도움으로 울산의 선두를 이끌고 있는 김신욱보다도 하나가 더 많다. 찬스를 만드는 역할부터 스스로 매듭을 짓는 것까지 도맡고 있는 이명주의 활약상은 그야말로 눈부시다.
↑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을 향한 ‘미움’ 때문일까 아니면 홍명보호에 대한 ‘비움’ 때문일까. 포항스틸러스의 못 말리는 3년차 이명주가 펄펄 날고 있다. 사진= MK스포츠 DB |
올해도 포항에는 마땅한 원톱 자원이 없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구단의 넉넉하지 않은 여건 상 외국인 선수를 쓸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 박성호 황진성 노병준 등 있던 공격자원들도 모두 빠졌다. 외국인 공격수 없이도 지난 시즌 더블 크라운을 달성했으니 섣부른 예측이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올해는 어렵지 않겠냐 싶었는데 또 전망이 빗나가는 흐름이다. 2014년에도 포항은 자신들의 스타일대로 가면서 성적까지 내고 있다.
좋은 내용을 선보이면서 결과까지 가져갈 수 있는 중요한 원동력이 바로 이명주다. 심지어 헤딩으로도 골맛을 보고 있다. 지난 6일 전남과의 원정경기에서 이명주는 올 시즌 처음으로 스타팅에서 제외됐다. 황선홍 감독의 체력 안배였다. 하지만 후반 시작과 함께 투입됐다. 잡아야할 경기라 판단됐고, 에이스 이명주는 후반 31분 문창진의 크로스를 이마로 받아 넣어 김병지 골키퍼의 자존심에 상처를 냈다. 스스로도 ‘마빡이’ 세리머니를 펼치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비록 막판 동점골을 허용해 2-2로 비겼으나, 지금은 뭘 해도 되는 흐름이다.
사실 한동안 침체기를 겪었다. 대표팀에서 꼬였다. 지난 1월 홍명보호의 전지훈련에 참가했던 이명주는 미국에서 열린 3차례 평가전에 모두 출전했다. 하지만 전체적인 혹평 속에서 이명주의 플레이도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지난해와는 달리 체력적으로 어려움이 보인다는 말부터 대표팀의 무게감을 이겨내지 못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홍명보 감독은, 최종평가의 의미가 강했던 3월 그리스전(6일)에 이명주를 부르지 않았다. 유럽파가 모두 가세한 당시 멤버에서 빠졌다는 것은 냉정히 말해 최종엔트리에서도 배제될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기성용 한국영 하대성 박종우 등과 함께 치열한 중앙MF 경쟁을 펼친 이명주로서는 아쉽고 섭섭할 결과다. 물론, 아직 최종엔트리가 발표되지는 않았으나 이제 24살 어린 선수에게는 좌절감으로 다가와 플레이를 흔들게 할 수 있는 사건이었다. 하지만 이명주에게는 반대의 영향을 미치고 있다. 홍명보 감독을 향한 무언의 시위인지 아니면 대표팀에 대한 마음을 비운 홀가분함 때문인지, 외려 그리스전 이후 이명주의 플레이가 살아나고 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포항에게 우선 다행스럽고 이명주 스스로를 위해 그러하며 결국은 축구대표팀을 위해서도 반가운 일이다. 포항에게 반가운 이유야 특별한 설명이 필요 없겠다. 이명주에게 다행인 것은 당장 대표팀 승선여부를 떠나 앞으로 가야할 길이 창창하기 때문이고, 비슷한 맥락에서 대표팀의 경쟁력을 위해 이명주라는 자원의 성장은 중요하다. 브라질월드컵까지만 축구하
‘미움’에서 나온 분노의 힘이든 ‘비움’에서 나온 무욕의 힘이든, 이명주의 활약상은 칭찬받을 만하다. 물론 지금의 활약상은 홍명보 감독도 보고 있을 것이며 아직 브라질월드컵 최종엔트리는 발표되지 않았다. 세상일 모르는 것이다. 지금의 이명주 플레이라면 홍명보 감독도 고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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