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1주일 전과는 180도 달랐다. 지난 5일(이하 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서 2이닝 8실점(6자책점)으로 무너졌던 류현진(LA 다저스)은 12일 시즌 첫 승의 제물이었던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상대로 환상적인 투구를 펼쳤다.
류현진은 체이스 필드에서 열린 애리조나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2피안타 1볼넷 8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애리조나 타선을 완벽하게 봉쇄했다. 스트라이크존을 폭넓게 활용하면서 유리한 볼카운트로 타자들을 상대했다.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24타자 14개, 3회까지 11타자 5개)이 높았던 건 아니지만 곧바로 스트라이크를 잡아내며 타자들을 압박했다.
실투도 거의 없었다. 신중했고 공 하나하나에 온힘을 다해 던졌다. 샌프란시스코전 부진을 만회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자연스레 제구도 잘 이뤄졌다. 99개의 공 가운데 스트라이크가 62개였다. 스트라이크 비율이 70.7%였다.
위기는 거의 없었다. 다르게 말해 류현진이 초래한 위기가 없었을 정도로 완벽에 가까웠다. 불안하게 출발한 적도 있다. 1회와 2회 연속 선두타자를 출루시켰다. 그러나 류현진은 더욱 집중력을 발휘했고 누구도 2루를 밟지 못하게 했다.
↑ 류현진은 12일(한국시간) 애리조나전에 선발 등판해 완벽에 가까운 빼어난 투구를 펼쳤다. 사진(美)=조미예 특파원 |
결정적인 순간에도 슬라이더로 재미를 봤다. 1회 1사 1루에서 폴 골드슈미트를 86마일 슬라이더를 던져 삼진으로 잡았다. 또한, 5회 연속 커트로 괴롭히던 크리스 오윙스도 84마일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했다. 포수의 사인 대신 자신이 정한 결정구였는데 통했다.
투구수 관리가 매우 효율적이었다. 샌프란시스코전에서 2이닝 동안 69개의 공을 던졌다. 메이저리그 데뷔 이래 한 이닝 최다인 6실점을 했던 1회에만 37개의 투구수를 기록했다.
류현진은 애리조나전에서도 1회 투구수가 많은 편이었다. 9구 끝에 A.J.폴락을 볼넷으로 출루시켰고 ‘천적’ 골드슈미트와 첫 대결에서도 풀카운트 접전을 벌였
승리투수 요건을 갖춘 5회까지 투구수는 78개였다. 애리조나전 첫 등판(5이닝 87개)와 비교해도 눈에 띈다. 그리고 6회와 7회는 각각 9개와 12개로 더 줄이면서 최대한 많은 이닝을 책임지면서 불펜의 부담을 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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