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광주) 이상철 기자] 뻥 뚫렸는데 하루 만에 다시 콱 막혔다. 그렇게 뜨거웠던 롯데 타선의 지속 시간은 매우 짧았다. 지난 11일 20득점을 뽑더니 하루 뒤인 12일에는 0득점에 그쳤다.
롯데는 지난 11일 시즌 첫 원정경기에서 맹타를 휘둘렀다. KIA 마운드를 초토화시켰다. 24안타 2홈런 10사사구를 묶어 20득점을 올렸다. 시즌 1경기 팀 최다 득점. 앞서 8경기에서 34득점을 했는데 1경기에서 절반 이상을 획득했다.
타순을 가리지 않고 무시무시했고, 누가 나가든 안타를 치고 또 쳤다. 팀 타율도 2할4푼1리에서 2할8푼으로 크게 올랐다. 하루아침에 팀 타율 꼴찌에서 4위로 5계단이나 상승했다. 물방망이가 불방망이로 변신한 셈이다. 김시진 롯데 감독은 경기 직후 “최근 타격이 좋지 않았는데 찬스마다 타선이 잘 해결해줬다”라며 반색했다.
그렇지만 찜찜하기도 했다. 너무 한꺼번에 몰아친 인상이었다. 우스갯소리로 그만 점수를 따고 딸 점수를 아껴 다음 경기에서 터지길 바랄 정도였다.
↑ 롯데는 12일 광주 KIA전에서 3안타 4사사구 무득점에 그쳤다. 하루 전날 24안타 2홈런 10사사구로 20득점을 올렸던 불방망이는 사라졌다. 사진=MK스포츠 DB |
그런데 그 우려가 현실이 됐다. 그렇게 갖고 놀던 KIA 마운드에 농락당했다. 그렇게 잘 터지던 안타는 좀처럼 터지지 않았다. 단 3안타. 양현종으로부터 볼넷 4개를 얻었으나 득점의 물꼬를 틀지는 못했다. 너무 뜨거워 손을 대기도 어려웠는데, 이번엔 너무 차가워 손을 대기 어려웠다. 시쳇말로 급속 냉동이었다.
롯데 타선은 꽁꽁 묶였다. 그렇다고 기회가 아예 없던 건 아니었다. 3회 2사 2루-4회 1사 2루-5회 2사 2루-7회 2사 1,2루의 기회가 찾아왔다. 하지만 결정타가 터지지 않았다.
KIA가 2회 2득점을 한 이후 번번이 추가 득점에 실패했던 터라, 롯데로선 1점만 따라잡아도 충분히 해볼 만한 경기였다. 그러나 양현종이 내려간 뒤에도 롯데는 KIA 불펜을 무너뜨리지 못했다.
11일 시즌 1경기 최다 득점(20점)을 경신한 롯데, 그러나 12일 시즌 1경기 최소 득점(0점)마저 갈아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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