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피닉스) 김재호 특파원] LA다저스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시리즈 2차전이 열리는 13일(한국시간) 애리조나 피닉스의 체이스필드. 경기를 앞두고 다저스 선수들이 캐치볼을 하고 있었다. 단 한 명, 전날 선발 투수였던 류현진은 글러브를 들지 않고 홀로 외야 트랙을 뛰었다.
이 장면을 지켜보던 한 현지 기자는 “왜 류현진이 캐치볼을 하지 않느냐?”며 한국 취재진에게 물었다. 특별한 이상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옆을 지나가던 돈 매팅리 감독도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 류현진은 자신의 방식대로 메이저리그에 정착했다. 이제는 다른 목소리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사진(美 피닉스)= 조미예 특파원 |
류현진은 12일 애리조나와의 시리즈 1차전에 선발 등판, 7이닝까지 99개의 공을 던지며 2피안타 8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탈삼진은 시즌 한 경기 최다 기록이었다. 지난 5일 샌프란시스코와의 홈경기에서 2이닝 8실점으로 부진했던 것을 완전히 떨쳐냈다.
반등에 성공했지만, 불편한 시선도 존재한다. 지난 시즌부터 그는 ‘더 쉬고 올라오면 잘 던지는 투수’로 인식되고 있다. 이번 호투는 그런 인식을 더 굳히는 계기가 됐다. ‘더 쉬고도 못 던지는 투수’가 되는 것보다는 낫지만, 이 인식 속에는 아직 4일 휴식을 기본으로 하는 메이저리그 선발 시스템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숨어 있다.
류현진이 캐치볼을 하지 않는 것을 지적했던 그 기자는 “4일 휴식과 이틀 뒤 불펜 투구라는 시스템이 류현진에게 익숙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그렇다고 그걸 시도도 해보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 지금처럼 한다면 류현진은 계속해서 하루 더 휴식이 필요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6개월간 162경기를 소화하는 메이저리그 일정을 버티기 위해서는 4일 휴식 리듬에 익숙해질
류현진은 지난해 자신의 방식을 존중해주는 감독과 투수코치 아래서 성공적인 한 시즌을 보냈다. 그런 그에게 갑작스런 변화는 문제를 초래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도 이제 한 명의 메이저리거다. 한두해 반짝하고 그칠 별이 아니기에, 그에 대한 충고는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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