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컷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여자프로농구 임달식(50) 신한은행 감독이 자진 사퇴했다. 납득하기 힘든 갑작스런 결정이다. 계약기간이 1년 남은 상황서 임 감독은 왜 지휘봉을 내려놨을까. 의혹이 많다. 농구계는 임 감독의 자진 사퇴를 사실상 경질로 보는 시각이 짙다.
신한은행은 지난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임달식 감독이 사의를 표명해 사표를 수리했다”고 발표했다. 신한은행은 임 감독의 남은 계약기간 연봉을 보장하기로 했다. 임 감독을 보좌하던 코치진도 모두 같이 사퇴했다. 새 사령탑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 지난달 2일 오후 춘천 호반체육관에서 열린 "2013-2014 프로농구"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경기에서 3쿼터 테크니컬 파울에 퇴장선언 당한 신한은행 임달식 감독이 거칠게 항의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임 감독의 자진 사퇴 이유는 구단이 대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임 감독이 지난 7년간 사령탑으로 재직하며 프로스포츠 최초 통합 6연패 달성 등 지도자로서 모든 것을 이뤘다. 그러나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서 잠시도 쉬지 못해 마음의 여유를 갖고 다시 한 번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싶다며 구단과 합의 후 사의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구단이 밝힌 여자프로농구 최고의 승부사로 꼽히던 임 감독의 자진 사퇴 이유는 단지 ‘모든 것을 이룬 지도자의 휴식’이다. 쉽게 납득하기 힘든 배경 설명이다.
임 감독은 최근 두 시즌 연속 춘천 우리은행에 정상을 내주는 과정에서 심판 판정 문제로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으나, 준우승에 머문 뒤 “이젠 져도 아쉬움이 없다. 최선을 다해 뛴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후 임 감독은 정상 재탈환을 위한 차기 시즌을 위한 구상에 들어간 상태였다.
임 감독의 갑작스런 자진 사퇴 배경의 납득할 만한 가정은 타 구단 감독 이적설이다. 그러나 신한은행을 제외한 5개 구단은 자리가 없다. 임 감독은 남자프로농구 감독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남자농구 역시 최근 이상민 서울 삼성 감독 선임을 끝으로 더 이상 10개 구단 감독 이동은 없을 전망이다.
임 감독은 구단이 발표한 것처럼 스스로 물러나지 않았다. 임 감독의 한 측근은 “임 감독조차 불과 며칠 전까지 몰랐던 사실이다. 갑작스럽게 경질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안다. 상당히 당황하고 황당해 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임 감독은 사의 표명 이후 입을 굳게 닫고 있다.
신한은행은 왜 가장 잘나가던 임 감독을 경질했을까. 명분을 찾기 어렵다. 임 감독은 신한은행 감독 취임 이후 ‘신한왕조’의 역사를 쓰며 프로스포츠 사상 전무후무한 통합 6연패 금자탑을 세웠다. 최근 두 시즌에도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준우승 1회를 차지하는 등 준수한 성적을 냈다. 계약기간이 남은 임 감독의 갑작스런 경질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은 납득하기 어렵다.
임 감독은 최근 몇 시즌 동안 한국여자농구연맹(WKBL)과 심판 판정 문제로 마찰을 빚어왔다. 특히 지난 시즌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에서 심판 판정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임 감독은 지난달 3일 우리은행의 정규리그 우승 결정전에서 심판 욕설 논란과 함께 퇴장을 당한 뒤 심판을 공개적으로 비난해 벌금 150만원의 징계를 받았다. 임 감독의 반복된 연맹 비난과 과격한 행동은 연맹 수뇌부와의 골을 더 깊게 만들었다.
신한은행이 전격 경질을 결정한 것도 이런 배경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농구계 시각이 지배적이다. 신한은행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연맹, 심판부와 마찰을 자주 일으키는 임 감독의 공격적인 성향이 그동안 성적에도 불구하고 신한은행의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며 “또 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FA) 협상 과정에서 팀 내 주요 선수들과 잡음이 일어나면서 신뢰를 잃은 것 같다”고 전했다.
신한은행의 연맹 ‘눈치보기’가 작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임 감독의 측근은 “일종의 감독 길들이기 아니겠나? 여자농구를 위한 대승적 차원에서 임 감독이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결국은 힘의 논리에 희생을 당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의혹에 대해 WKBL 관계자는 “있을 수도 없는 일이고 의혹이 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감독의 사퇴를 연맹에 돌리는 것이 말이 되나”라며 못을 박은 뒤 “임 감독 사퇴와 관련된 사안은 신한은행에 물어야지 왜 연맹이 끼어드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황당한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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