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포항이 리그 2위로 내려왔다. 전북이 19일 전남과의 원정경기에서 2-0 승리를 거두면서 승점 17점을 획득, 포항(16점)을 1점차로 따돌리고 선두자리를 뺐었다. 하지만 아직 포항은 9라운드를 치르지 않았다.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FC서울과의 원정 결과에 따라 전북의 1위를 ‘1일 천하’로 만들 수 있다.
승리해야하는 이유는 또 있다. 포항답지 않은 징크스에 시달리고 있는 까닭이다. 이상스레 서울월드컵경기장에만 가면 작아졌던 포항이다. 최근 11경기 2무9패. 서울 원정에서의 처참한 성적표다. 2006년 8월30일 이후 상암벌에서는 환호성을 울리지 못했다. “이번에야 말로 기필코”를 외치는 이유다.
↑ 이명주가 빠진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다. 하지만 이명주가 없는 상황도 대비는 해야 한다. 서울전 결장은 외려 잘된 일일 수도 있다. 사진= MK스포츠 DB |
5라운드 안에 16강 진출을 결정하겠다는 황선홍 감독의 의지는 성공했다. 전북과 울산 그리고 FC서울 등 다른 K리그 참가팀들이 모두 6라운드에서 16강 여부가 결정되는 벼랑 끝에 놓였으나 포항만은 여유롭다. 덕분에 오는 23일 부리람과의 6차전은 빡빡한 일정 속에서 쉬어갈 수 있는 페이지로 삼을 수 있다. 역시 23일 베이징 궈안을 상대로 16행 티켓 싸움을 펼쳐야하는 FC서울과는 사뭇 다른 조건이다.
여러모로 포항 쪽 상황이 좋다. 그런데 딱 하나 찝찝한 변수가 있다. 바로 전술의 핵 이명주가 서울전에 출전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경고누적으로 결장한다. 올 시즌 처음으로 이명주 없이 치르는 공식전이다. 지난 6일 전남드래곤즈와의 원정경기에서 후반 교체 투입된 것을 제외하고 이명주는 늘 스틸타카의 중심에 있었다.
그야말로 포항 전술의 시작이자 끝이다. 이명주는 7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기록하고 있다. 0-1로 패했던 울산과의 개막전 이후에는 매 경기마다 골 혹은 도움을 올리고 있다는 뜻이다. 3골을 넣었고 도움은 무려 6개다. 1년 후배 김승대가 5골로 득점선두를 달릴 수 있는 배경에는 이명주의 확실한 서비스가 있었다.
그런 이명주가 빠진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다. 하지만 필드 위에 판치는 수많은 변수를 감안한다면 이명주가 없는 상황도 대비는 해야 한다. 하지만, 황선홍 감독 입장에서는 부러 빼고 실험키는 힘들다. 때문에 서울전 결장은 외려 잘된 일일 수도 있다. 분위기 좋을 때 이명주 없는 스틸타카를 가동할 필요가 있다. 이명주 스스로의 휴식을 위해서도 차라리 잘 됐다. 엔진이 지나치게 과열되면 결국 탈이 나
이명주가 없는 스틸타카는 과연 어떤 모습일지 제법 궁금하다. 만약 이명주가 빠진 상태에서 서울 원정 징크스를 깨고 선두로 복귀할 수 있다면 포항은 앞으로 더욱더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물론, 그렇게 되면 서울은 최악의 상황에 처하게 된다. 자칫, 리그 최하위로 떨어질 수도 있는 벼랑 끝 경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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