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최강희 전북 감독은 거리낌 없이 “전북은 이동국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팀이다. 전술의 중심”이라는 말을 한다. 올 시즌을 앞두고 측면자원들을 많이 영입한 것을 설명하면서 “동국이 아저씨가 골 냄새를 워낙 잘 맡으니 빠른 스피드로 측면을 무너뜨린 뒤 이동국에게 찬스를 만들어줄 수 있는 선수들이 필요했다”는 직접화법으로 이동국의 가치를 전하기도 한다. 그만큼 신뢰가 크다는 방증이다.
편애와도 같은 사랑을 받게 되면 사실 동료들에게 시샘과 질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팀워크를 해치는 저해요소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동국을 향한 동료들의 신뢰도 역시 탄탄하다. 존중받을 기량을 갖췄고 귀감이 될 솔선수범을 보이는 까닭이다.
↑ 윗사람의 솔선수범은 아랫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법이다. 아픈 발로 후배들을 괴롭히는 멋진 선배가 있기 때문에 현재 전북의 성적이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사진= 전북현대 제공 |
이동국이 2경기 연속 결승골을 터뜨리면서 팀 2연승의 견인차가 됐다. 이동국의 활약 덕분에 전북은 올 시즌 처음으로 선두 자리에 올랐다. 지난 12일 울산과의 홈경기에서 자신이 얻어낸 PK를 골로 연결시키면서 1-0 승리를 이끌었던 이동국은 19일 광양 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전남과의 원정경기에서 전반 30분 깔끔한 헤딩슈팅으로 선제골을 터뜨리면서 2-0 승리의 초석을 놓았다.
사실 이동국의 컨디션은 정상이 아니다. 열흘 동안 4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으로 인한 체력저하를 말하려는 게 아니다. 실제로 부상 중이다. 지난 2일 광저우 에버그란데와의 ACL 혈투 도중 이동국은 상대 선수에게 발을 밟혀 오른발 발가락을 세 바늘 꿰매야했다. 한동안 휴식이 필요했으나 이동국은 그럴 수 없었다. 스스로 그러지 않았다는 표현이 옳다.
그는 “빡빡한 강행군 속에서 대부분이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모두가 힘든 상황이다. 나하나 편하자고 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강한 책임감을 보였다. 광저우전 다음날이던 3일에 발가락을 꿰맨 그는 6일 서울 원정부터 필드를 밟았다. 12일 울산과의 홈경기가 끝난 뒤에는 “내가 275mm를 신는데 지금은 윌킨슨 축구화를 빌려 쓰고 있다. 윌킨슨 것은 285mm다”라는 이야기를 전했다. 최소한의 장치로 고통을 참고 있다는 뜻이다.
왜 힘들지 않겠는가. 왜 아프지 않겠는가. 축구는 발로 공을 때리는 것이 주된 행위가 되는 스포츠다. 웃으며 “왼발로만 때려도 충분하다”고 말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이동국은 “선배가 이 정도로 뛰는 것을 봤는데 이제 후배들이 어지간한 부상으로는 쉴 수 없을 것”이라는 짓궂은 농담을 전하기도 했
윗사람의 솔선수범은 아랫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법이다. 후배들이 진심으로 따르는 선배란, 말보다 몸이 바쁘다. 아픈 발로 후배들을 괴롭히는 멋진 선배가 있기 때문에 현재 전북의 성적이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이동국의 가치는, 단순히 골을 잘 넣는 것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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