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상암) 임성일 기자] ACL과 정규리그에서 모두 거침없는 행보를 자랑하고 있는 포항스틸러스는 특정 선수에게 크게 의존하는 팀 컬러는 아니다. 스틸타카라는 수식으로 대변되는, 모든 선수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조직력이 지난 시즌 더블의 원동력이자 올 시즌에도 순항하는 이유다.
하지만 포항에도 에이스는 있었다. 그 핵이 이명주라는 것은 자타가 공인하는 사실이다. 있을 때도 인정을 하는 일이지만 없으니 더 존재감이 느껴졌다. 이명주가 빠진 포항의 스틸타카는 확실히 위력이 반감됐다. 하지만 또 다른 엔진 김승대가 있었다. 이명주의 길을 따라가는, 무서운 2년차 김승대가 이명주 없이 홀로 날아올랐다.
↑ 이명주가 빠졌으나 포항에는 또 다른 엔진 김승대가 있었다. 이명주의 길을 따라가는, 무서운 2년차 김승대가 이명주 없이 홀로 날아올랐다. 사진(상암)= 김재현 기자 |
경기를 앞둔 분위기는 확실히 포항이 좋았다. 포항은 지난 16일 일본 오사카 야마기 스타디움에서 열린 세레소 오사카와의 ACL 조별예선 5차전에서 이명주의 선제골과 김승대의 추가골을 합쳐 2-0 완승을 거뒀다. 3승2무 승점 11점으로 단독 선두자리를 지킨 포항은 부리람(태국)과의 마지막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16강행을 확정지었다.
오는 23일 부리람과의 6차전은 어느 정도 쉬어가는 페이지로 삼을 수 있기에 서울전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었다. 하지만 이명주가 없다는 것이 불안요소였다. 올 시즌 포항은 이명주 없이 경기를 치른 적이 없다. 지난 6일 전남드래곤즈와의 원정경기에서 후반 교체 투입된 것을 제외하고 이명주는 늘 스틸타카의 중심에 있었다. 이 불안함은 경기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경기 전 황선홍 감독은 “명주가 워낙 좋은 활약을 보여줬기 때문에 오늘 경기가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없는 상황도 대비를 해야 한다. 오늘 경기는 하나의 실험이 될 것 같다”는 말로 이명주 없는 스틸타카에 대한 조심스러운 견해를 전했다. 실상 이명주의 공백은 경기 내내 엿보였다.
양쪽 풀백 신광훈과 김대호가 제외됐다는 것도 감안해야겠으나 전체적으로 서울전에서 나온 포항의 플레이는 정상적인 포항의 그것과는 차이가 있었다. 기본적인 골격은, 포항 특유의 아기자기한 패스에 기반 했으나 스피드나 정확성에서 많이 떨어졌다. 무엇보다 ‘결정적 패스’가 나오지 않았다. 8경기에서 벌써 6개의 도움을 기록하는 등 7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올리던 이명주의 부재에서 원인을 찾을 수밖에 없는 내용이었다.
부상에서 돌아온 황지수 그리고 김태수 등 노련한 중앙미드필더 2명을 중앙에 배치해 보다 안정적인 운영을 도모했다는 의중을 감안해야겠으나 확실히 공격전개는 날카로움이 떨어졌다. 이명주의 공급을 알차게 골로 연결하던 김승대의 플레이도 여느 경기와는 달랐다. 만약 경기가 그대로 끝났다면, 포항의 가치도 그리고 김승대를 향한 찬사도 반감될 수 있었다. 하지만 김승대가 스스로의 힘으로 상황을 바꿔 놓았다.
김승대는 후반 31분 김재성과의 패스를 주고 받는 과정에서 집중력 있고 과감한 드리블로 오른쪽 측면을 홀로 무너뜨렸고 결국 김용대 골키퍼의 손을 피해 골문을 열었다. 이날의 결승골이자 자신의 시즌 6호골이었다. 김신욱과 함께 득점레이스 공동선두를 달리던 2년차 김승대는 단독선두가 됐다.
경기를 앞두고 황선홍 포항 감독은 “승대가 현재 9골(정규리그 5골, ACL 4골)이다. 내가 기대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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