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목동) 표권향 기자]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에는 유독 LG 트윈스 출신들이 많다. LG에서 코치와 프런트 활동을 했던 염경엽 감독을 비롯해 그곳에서 프로데뷔를 한 박병호(28), 트레이드로 새 둥지를 텄던 송신영(37) 서동욱(30)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지난 23일 성적 부진을 이유로 자진사퇴 의사를 밝힌 김기태 LG 감독과도 인연이 깊다. 때문에 김기태 감독의 소식에 안타까운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 유독 넥센에는 김기태 감독을 거쳐간 후배들이 많다. 이들은 김기태 감독을 "선배" 혹은 "형님"으로 여겼다. 사진=MK스포츠 DB |
▲ 염경엽 넥센 감독, 오랜 친구가 안타까워...
염경엽 감독은 김기태 감독과 광주제일고 1년 선후배 사이다. 2007년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코치 수업을 받던 김기태 감독을 LG 코치에 앉힌 사람이 바로 염경엽 감독이다. 이후 염경엽 감독이 LG 프런트로 활동할 때 김기태 감독을 도와 감독직에 오를 수 있도록 도왔으며, 내부분쟁에서 그를 구해내기 위해 넥센으로 구단을 옮겼다. 때문에 둘 사이에는 무한신뢰와 우정이 공존하고 있었다.
“마음이 안 좋다. 어제와 오늘 김기태 감독과 전화통화를 했다. 김기태 감독은 자신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 같다. 지금은 나도 말을 아껴야 할 때다. 속상하다. 친한 친구가 안타까운 결정을 했는데 많이 생각하고 선택한 부분이다. LG에도 좋은 쪽으로 작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제와 오늘 김기태 감독과 전화 통화를 했다. 김기태 감독이 자신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 박병호, 감독이기 보다 ‘선배’이자 ‘형님’
박병호는 2005년 LG에 입단했다. 성남고 시절 새로운 ‘거포’ 타자의 등장으로 기대를 모았던 신인이었다. 2008년 국군체육부대를 제대한 뒤 2010년부터 2군에서 김기태 감독의 수업을 받았다. 당시 박병호는 김기태 감독의 애제자로 알려졌다. 그러나 LG와 궁합이 맞지 않았다. 2군에서는 홈런을 빵빵 때리다가도 1군에만 올라오면 방망이가 침묵했다. 결국 박병호는 2011년 심수창과 함께 넥센의 송신영 김성현과 2:2 맞트레이드됐다. 이후 박병호는 자신의 기량을 폭발시키며 2012, 2013시즌 MVP를 휩쓸었다.
“김기태 감독님과 단 둘이 있을 때는 감독과 선수의 관계라기보다 선배 혹인 형님으로 다가왔다. 2군 시절 김기태 감독님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내가 힘들어할 당시 감독은 오히려 다독이기보다 혹독하게 대하셨다. 그걸 받아들여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니 그때부터 굉장히 잘 해주셨던 분이다. 경기가 끝나고 매일 2시간 붙잡아 훈련을 시키셨다. 정말 열정적인 분이시다. 때문에 이번 소식이 안타깝다”
▲ 송신영, 감독이란 권위의식 없는 분
송신영은 김기태 감독과 단 한 시즌을 보냈다. 2012년 송신영이 LG로 트레이드됐을 때 첫 인연을 맺었다. 하지만 시간이 짧다 해서 상대와의 신뢰관계가 형성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의 뇌리에 박힌 김기태 감독은 선수들 한 명 한 명을 챙기는 정이 많은 감독이었다. 따라서 LG전이 있는 날이면 감독실을 찾아 인사를 전했다.
“잠깐 LG에 있었지만, 이전부터 김기태 감독의 카리스마를 느끼고 있었다. 소문대로 좋은 분이시다. 자유계약선수(FA)로 나는 한화 이글스로, 나머지 2명도 다른 팀으로 갈 때 감독님 많이 힘들어하셨다. 죄송한 마음이 크다. 평소 선배로서 많은 조언을 해주셨다. 그래서 LG와의 경기가 있는 날에는 감독실을 찾아 반드시 인사를 드렸다. LG가 경기에서 진 날에도 경기 후에는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해주셨다. 마주치면 항상 안부를 물으시며 챙겨주셨다. 감독이란 권위의식이 없으신 분이다. 사람의 인연은 모른다. 내가 야구를 계속한다면 언젠가는 함께 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워낙 유능한 분이시니깐...”
▲ 서동욱, 김기태 감독은 정이 많은 분
서동욱은 2003년 KIA 타이거즈에서 프로데뷔했다. 하지만 2008년 LG를 거쳐 2013년 넥센으로 트레이드됐다. 프로야구 11년 동안 세 번째 팀으로 옮긴 것이다. 내야와 외야 수비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기량을 가지고 있었으나, 매번 주전 경쟁에서 뒤쳐졌다. 가끔 야구에 대한 어려움으로 포기할 뻔 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그를 끌고 온 이가 있었으니. 바로 김기태 감독이었다.
“김기태 감독님은 감독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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