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김기태 감독의 자진 사퇴 극약 처방도 통하지 않는 걸까. LG 트윈스는 반등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예상 못했던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과 수장을 잃은 슬픔에 젖어 있다. LG는 잃어버린 ‘3의’를 되돌려야 한다. 잃은 것은 수장뿐이 아니다.
LG가 승률 1할대 추락 위기에 처했다. 올 시즌 19경기서 단 4승(14패1무)밖에 거두지 못했다. 최하위로 추락한 LG는 승률이 0.222에 불과하다. 승패는 벌써 –10까지 찍었고, 선두 넥센 히어로즈와는 8.5경기차까지 벌어졌다. 6연패 뒤 다시 5연패. 부진을 넘어 안타깝기까지 하다.
↑ LG가 김기태 감독의 사퇴에도 불구하고 삼성에 패해 5연패의 깊은 수렁에 빠졌다. LG 선수들이 경기에 패한 후 허탈한 마음으로 그라운드를 나서고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
김 감독의 사퇴 소식 이후 첫 경기에 나선 24일 대구 삼성전. LG 선수들은 실의에 빠져 있었다. 주장 이진영은 눈시울을 붉히며 취재진 앞에 섰다. 최악의 위기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던 이진영은 떨리는 목소리로 현재 심경을 털어놨다. 이진영은 김 감독의 사퇴 의지를 통감하고 죄책감과 책임감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이진영은 “감독님이 원하셨던 것은 팀이 잘되는 일이다. 이기는 수밖에 없다”고 결의를 다졌다.
이진영이 선수단 대표로 입을 열었지만, 대부분의 LG 선수들은 입을 굳게 닫은 채 훈련에만 몰두했다. 비통함과 비장함이 공존한 모습이었다. 그라운드와 더그아웃에서는 침통한 분위기 속에 적막하기까지 했다. 일부 선수들은 “감독님이 다시 돌아오실 가능성은 정말 없는 거냐”며 울먹이기도 했다.
이래선 안 된다. 이길 수가 없다. 김 감독이 팀의 반등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 공허한 마음부터 추슬러야 한다. LG는 현재 의지도 의욕도 없다. LG 선수들은 10년의 암흑기 동안에도 더그아웃 분위기는 항상 좋았다고 자부하곤 했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삭발도 하고 헬멧에 김기태 감독의 등번호를 새기기도 했으나 가슴과 몸이 따로 뛰고 있다. 의지와 의욕을 되찾기 위해선 전열을 가다듬어 의기투합하는 수밖에 없다.
지난해 LG가 강했던 이유는 의기투합이었다. 김 감독이 늘 강조했던 팀이 아닌 가족의 마인드가 가을야구의 꿈을 실현시켰다. 그래서 의지와 의욕도 넘쳤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현재 LG는 암울하다. 이대로라면 암흑기로 돌아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LG는 감독 사퇴 이후 삼성전에서 포기하지 않고 치열하게 연장 승부를 벌였다. 결과는
김 감독은 팀을 떠나기 얼마 전 “지더라도 어깨를 떨어뜨리지 마라”며 선수들에게 고개를 들라고 했다. 김 감독의 자진 사퇴를 퇴색되지 않게 하는 길, 잊고 있는 지난해 기억을 되찾는 일이다. LG는 지금 수장만 잃은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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