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안 풀려도 이렇게 안 풀릴 수가 없다. 단단히 엉키고 꼬였다. 축구에서 이기고 지는 것은 다반사고 승운이 따르지 않으면 계속해서 이기지 못할 수도 있다지만 적어도 골은 나와야하는데 이렇게 안 풀릴 수가 없다.
인천유나이티드를 이끌고 있는 김봉길 감독의 한숨이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10라운드가 끝났는데 인천은 아직도 마수걸이 승리를 신고하지 못한 채 4무6패 초라한 성적표로 12위에 머물고 있다. 사실, 4무로 챙긴 승점 4점도 감지덕지한 것이다.
↑ 사흘 간격으로 FA컵과 정규리그로 이어지는 ‘경인더비’는 진짜 벼랑 끝 승부가 됐다. 인천은 정말 강등 탈출을 위한 PO라는 배수진으로 임해야할 경기다. 사진= MK스포츠 DB |
‘봉길매직’ 열풍을 일으켰던 지난해를 생각하면 끔찍할 상황이다. 물론, 올 시즌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적잖았다. 중원의 노련한 조타수 김남일과 측면의 거침없는 에너자이저 한교원이 팀을 떠나면서 전력 약화는 어느 정도 불가피했다. 하지만, 외려 공격 쪽은 더 해 볼만했다.
지난해 불미스러운 일을 겪은 이천수는 실력으로 사과하기 위해 이를 악물었고 설기현과도 어렵사리 재계약에 성공했다. 여기에 이보, 주앙 파울로, 니콜리치 등 외국인 공격자원을 3명이나 보유하게 됐다. 2012시즌 중반 지휘봉을 잡은 김봉길 감독이 외국인 선수를 3명이나 활용하게 된 것은 올해가 처음이었다. 때문에 ‘넣는 것’은 큰 문제없을 것이라는 긍정적 기대가 많았다. 그런데, 언급한 이들이 모조리 침묵하고 있다. 설상가상, 설기현은 허리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경개 내용이 영 맥을 못 추는 것은 아니라 더 답답하다. 0-3으로 패했던 27일 포항 원정에서도 인천은 꽤나 활발한 공격력을 보여줬다. 포항이 기록한 슈팅 9개와 비교해 인천도 8번이나 슈팅을 시도했다. 그런데 성공률은 엄청난 차이다. 상대의 몸을 맞고 들어가도, 들어가기만 하면 이길 수 있는 것이 축구지만 아무리 그림 같은 슈팅도 골문을 벗어나거나 골키퍼에게 막히면 재주가 없다. 현역시절 ‘저격수’로 통했던 골잡이 김봉길 감독의 속이 까맣다.
분명 위기다. 더 이상 물러날 곳도 없다. 운명처럼 다가온 ‘경인더비’ 2연전에서 인천의 올 시즌 운명이 좌우될 수도 있다. 인천은 4월의 마지막 날과 5월의 첫 일정에서 모두 FC서울을 상대한다. 4월30일은 FA컵 32강이고 5월3일은 K리그 클래식 11라운드 경기다. 일정과 조추첨까지도 인천을 외면하는 느낌이다.
아직은 32강인데 벌써 K리그 팀을 만난다는 것은 불행이다. 대학교 팀도 있고 내셔널리그 팀도 있는데 ‘하필’ FC서울이다. 다소 전력이 떨어지는 팀을 상대로 잠시 잊고 있는 골 넣는 법과 이기는 기분을 느끼는 징검돌이 되어야하는데 이마저도 벼랑 끝 승부가 됐다. 엎친 데 덮쳐 지금 서울은 상승세다.
시즌 초반 비틀거리던 서울은 지난 23일 베이징 궈안과의 ACL 조별예선 최종전에서 2-1로 승리한 것에 이어 27일 라이벌 수원과의 슈퍼매치에서도 1-0 승리를 거두고 모처럼 신바람을 내고 있다. 그래도 아직 서울의 순위는 인천보다 한 단계 위인 11위다. 서울 역시 앞으로는 상대가 누구든 무조건 이겨야하는 입장이다.
사흘 간격으로 FA컵과 정규리그로 이어지는 ‘경인더비’는 진짜 벼랑 끝 승부가 됐다. 장소도 서울과 인천을 순서대로 오가니 마치 토너먼트 대회의 홈&어웨이 같은 느낌이다. 인천은 정말 결승이라는 각오 아니, 강등 탈출을 위한 PO라는 배수진으로 임해야할 경기다. 5월3일 서울전 다음 경기는 5
2012년에도 꼴찌까지 떨어졌다가 시즌 막바지 19경기 연속 무패행진을 달려본 경험을 가지고 있는 인천이다. 반전을 위한 작은 단초가 필요하다. 경인더비는 분명 위기지만, 기회가 될 수도 있다.
[lastuncle@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