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행동 하나가 역사를 바꾼다는 말이 있는데요.
최근 작은 바나나 한 개가 유럽 축구계를 흔들고 있습니다.
전광열 기자입니다.
【 기자 】
바르셀로나의 수비수 다니 아우베스가 코너킥에 앞서 그라운드에서 뭔가를 주워 입에 넣습니다.
아우베스가 먹은 건 상대팀 비야레알의 극성 팬이 던진 바나나.
유럽 축구장에서 바나나 투척은 흑인이나 아시아 선수를 원숭이에 빗대 조롱하는 행동입니다.
인종차별적인 모독에 화를 내지 않고 재치있게 대응한 아우베스의 행동에 유럽에서 뛰는 남미 선수들이 동조했습니다.
맨체스터 시티의 아구에로, 바르셀로나의 네이마르, 첼시의 다비드 루이스 등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 계정에 바나나를 먹는 사진을 올렸습니다.
브라질 대표 출신의 지쿠 감독은 바나나를 먹는데 그치지 않고 프리킥으로 골대에 걸린 바나나를 맞추는 항의 표시까지 했습니다.
아우베스에 대한 연대의 뜻을 보인 건 축구인뿐만이 아닙니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세자르 프란델리 이탈리아 축구대표팀 감독을 만난 자리에서 보란 듯이 바나나를 먹었습니다.
결국, 국제축구연맹 제프 블래터 회장은 "모든 종류의 인종차별에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비야레알은 바나나 투척자의 신원을 확인해 비야레알 홈 경기장 출입을 평생 금지시켰습니다.
아우베스가 먹은 바나나 한 조각이 유럽축구계에서 독버섯처럼 자라던 인종차별에 경종을 울렸습니다.
MBN뉴스 전광열입니다. [revelg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