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상암) 이상철 기자] “이렇게 나올 줄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30일 FA컵 32강을 앞둔 최용수 서울 감독은 인천의 출전 선수 명단을 살펴보더니 허를 찔렸다고 했다. 그만큼 인천의 베스트11은 파격적이었다.
K리그 클래식 무승, 그리고 9경기 연속 무득점으로 최하위에 머문 인천이었다. 오는 3일에는 서울과 K리그 클래식 경기를 치른다. 분위기 반전과 함께 흐름을 잡아야하는 상황에서 주축 선수들을 내세우지 않았다.
↑ 인천은 베스트11을 싹 바꿨다. 오늘보다 더 밝은 내일을 위한 깜짝 카드였는데 효과 만점이었다. 사진(상암)=한희재 기자 |
아끼려고 한 건 아니었다. 매 경기가 절박한 인천이다. 그렇지만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 김봉길 인천 감독은 “고민이 많았다. FA컵도 중요하나 K리그 클래식이 더 중요했다. 체력적인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열심히 준비한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데 정말 잘 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나타냈다.
인천은 오늘보다 내일을 택했다. FA컵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주어지는 중요한 대회다. 프로와 아마추어를 통틀어 최강팀을 가리는 권위 있는 대회다. 그러나 승리에 대한 욕심을 버렸다.
젊은 선수들이 주어진 기회를 살려 자신감을 가지면서 팀 전체 경쟁력을 올라가기를 희망했다. 기존 선수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기를 바랐다. 그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됐다. 인천은 연장 혈투 끝에 서울에 패해 FA컵 32강 탈락했지만 가능성을 엿봤다.
서울을 상대로 밀리지 않았다. 경기 시작 1분 만에 실점하며 끌려갔지만 전반 중반 이후부터는 거세게 몰아붙였다. 경험 부족에 따른 투박함이 있었으나 열정은 잘 드러났다. 뜨거웠다. 서울 수비는 꽤나 곤욕을 치렀다. 그리고 전반 41분 주앙파울로가 동점골을 넣었다. 3월 9일 K리그 클래식 상주전에서 후반 42분 이효균이 골을 넣은 뒤 공식 경기 854분 만에 터진 골이었다. 그토록 바랐던 골이 터졌다.
싹 바꾼 인천은 완성된 팀이 아니다. 전반에 이어 후반에도 1분 만에 실점을 했다. 초반 집중력 부족이다. 하지만 포기를 몰랐다. 무너지지 않고 서울을 압박했다. 당황한 건 서울이었다. 후반 20분 진성욱의 크로스에 이은 이석현의 골이 터졌다.
인천만 만나면 업던 힘까지 냈던 인천인데 이날 경기서도 다르지 않았다. “인천은 껄끄러운 상대다. 오늘 경기는 재밌을 것이다”라던 최용수 감독의 예상대로 팽팽했다. 그리고 만만치 않았다.
후반 24분에는 권혁진의 예리한 슈팅이 골키퍼 김용대 선방에 막혔다. 인천
결과는 패배다. 하지만 쓰라린 아픔이나 내일의 열매를 따기 위한 값진 경험이자 교훈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인천의 파격 변신은 큰 성과를 올렸다.
[rok1954@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