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올림픽공원) 서민교 기자] “함께여서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피겨 여왕’ 김연아(24)의 현역 은퇴 마지막 무대. 마지막 커튼콜 무대가 막을 내린 뒤 김연아가 1만1000여명의 관객 앞에 섰다. 김연아의 두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맺혀 있었다. 김연아의 연기마다 기립박수로 마지막 인사를 나눴던 수많은 팬들은 자리에 일어선 채 마음으로 함께 울었다.
↑ 김연아는 4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특설링크에서 아이스쇼 ‘삼성 갤럭시★스마트에어컨 올댓스케이트 2014’ 첫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지난 2월 2014 소치동계올림픽을 끝으로 현역 은퇴를 선언한 김연아를 현역 선수로 볼 수 있는 마지막 무대였다. 사진(올림픽공원)=천정환 기자 |
김연아는 이번 아이스쇼에서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주제곡 ‘렛잇고’로 오프닝 무대를 연 뒤, 1부 마지막에 소치동계올림픽 쇼트프로그램이었던 ‘어릿광대를 보내주오’를 연기했다. 이어 2부 막판에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 중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를 새 갈라 프로그램으로 선보였다. 모든 연기는 완벽히 클린으로 장식했다. 무대를 가득채운 감동은 관객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탈리아 작곡가 프란체스코 사르토리의 ‘타임 투 세이 굿바이(Time to say goodbye)’가 흐르는 마지막 피날레 무대에선 러시아 피겨의 전설 알렉세이 야구딘를 비롯해 소치동계올림픽 동메달리스트 데니스 텐, ‘스핀의 달인’ 스테판 랑비엘, ‘얼음 위의 댄서’ 셰린 본, 소치동계올림픽 페어 금메달리스트 타티아나 볼로소자와 막심 트란코프 등 세계적인 피겨 스타들이 김연아와 함께 무대를 수놓았다.
이번 아이스쇼는 김연아가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준비한 무대였다. 팬들과의 교감을 큰 주제로 아름다운 작별과 새로운 출발에 대한 축복의 시간으로 가득 채웠다.
그러나 세월호 침몰 사고로 숙연한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김연아 역시 무거운 마음으로 이번 무대를 준비했다. 김연아는 지난달 21일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를 통해 1억원의 성금을 기탁하며 세월호 침몰 사고의 희생자들에게 애도의 뜻을 표했다. 김연아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준비한 연기를 멋있게 보여드리고 그 연기를 통해 많은 분들이 치유하는 마음을 간직하고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뿐”이라며 경건한 심정으로 마지막 무대에 나섰다.
↑ 눈물을 글썽인 김연아의 마지막 인사에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도 마음으로 함께 울었다. 사진(올림픽공원)=천정환 기자 |
김연아의 연기는 역시 완벽했다. 마지막 무대였기 때문에 감정은 더 풍부하게 실렸다. 관중들과 함께 호흡하며 큰 감동을 선사했다.
김연아의 두 번째 연기가 펼쳐지기 전 특설링크 영상에서는 김연아가 직접 들고 있는 메시지가 전해졌다. “여러분께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로 시작한 김연아의 편지는 “돌이켜 생각해 보면 힘들고 지칠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가 생긴 건 성적이나 메달이 아니었어요. 그건 바로… 여러분!! 고마워요. 항상 저의 힘이 되어주어서. 함께여서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라는 메시지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커튼콜을 마친 김연아는 무대에서 마이크를 잡은 뒤 두 눈에 눈물을 글썽였다. 힘겹게 말문을 연 김연아는 “올해도 변함없이 많이 와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며 “선수 생활을 공식적으로 마감하는 자리입니다. 그동안 행복했습니다. 앞으로도 아낌없는 관심 보내주세요. 여러분 사랑합니다”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김연아의 눈물과 함께 자리를 떠나지 않고
자신의 마지막 아이스쇼 첫 무대를 마친 김연아의 공식 기자회견 첫 마디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에게 애도를 표합니다. 저의 공연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으면 합니다”였다. 금메달보다 소중한 힐링을 온국민에게 안긴 마지막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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