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피겨 여왕’ 김연아(24)가 전설로 가는 마지막 길을 걷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자신에게 혹독했고 진지했고 열중했다.
김연아가 현역 선수 은퇴 마지막 무대였던 아이스쇼 첫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은퇴를 선언한 선수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클린 연기를 펼쳤다. 준비부터 공연까지, 김연아는 묵묵히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었다.
↑ 김연아는 마지막 은퇴 이벤트인 아이스쇼에서도 실수를 용납하지 않고 치열하게 자신과 싸웠다. 사진=천정환 기자 |
지난 2월 2014 소치동계올림픽을 끝으로 선수로서 모든 것을 내려놓은 김연아는 이번 공연을 위해 다시 강훈련에 들어갔다. 선수 시절 내내 대회를 앞두고 해왔던 훈련 스케줄을 그대로 소화했다. 일주일에 휴식은 일요일 단 하루였다. 새 갈라 프로그램인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 중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를 오직 이번 아이스쇼를 위해 준비했다. 짧은 시간에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제목처럼 잠을 못 이뤘다.
피겨 선수로 최고의 영예를 누린 김연아는 왜 그토록 열정을 담아 아이스쇼에 모든 것을 걸었을까. 은퇴 마지막 무대라는 상징적인 의미 외에 김연아에게 동기 부여를 한 것이 더 있다.
김연아는 이번 아이스쇼를 연기하려고 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비통한 사회적 분위기에서 아이스쇼를 한다는 것이 국민 정서상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세월호 침몰 희생자들을 위해 1억원을 기부한 김연아는 애도의 마음을 수차례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아이스쇼에는 세계적인 피겨 스타들을 대거 초청했다. 연기를 하려고 요청을 했으나 도저히 스케줄을 맞출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숙연한 분위기에서 공연을 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김연아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준비한 연기를 멋있게 보여드리고 그 연기를 통해 많은 분들이 치유하는 마음을 간직하고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뿐”이라고 했다. 김연아는 오프닝 공연을 하기 전 세월호 침몰 희생자들을 위한 묵념으로 숙연하게 아이스쇼의 막을 올렸다.
김연아는 오프닝 ‘겨울왕국’의 주제곡 ‘렛잇고’, 1부 ‘어릿광대를 보내주오’, 2부 투란도트 중 ‘공주는 잠 못 이루고’, 피날레 ‘타임 투 세이 굿바이’로 이어진 모든 무대를 풍부한 감정을 실어 클린 연기로 최고의 공연을 선보였다.
김연아는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고 집중했다. 마치 마지막 올림픽에 출전한 현역 선수 같은 분위기마저 풍겼다. 김연아의 연기는 객석을 가득 채운 관중들에게 그대로 전해졌다. 김연아의 연기마다 기립박수와 엄청난 환호성이 쏟아졌다.
공연 직후 애도의 마음을 다시 되새긴 김연아는 “멋지고 완벽하게 하고 싶었다”고 했다. 김연아의 프로그램 하나하나도 아름다운 작별과 새로운 출발에 대한 축복의 의미가 숨어있었다. 비통한 사회적 분위기에서 슬퍼하는 이들을 치유하기 위한 힐링 연기를 위한 최선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그동안 자신을 위해 응원하고 사랑을 보내준 팬들과 자신을 보고 꿈을 키울 피겨 꿈나무들을 위한 혼신의 연기였다. 마지막 아이스쇼까지 완벽한 ‘피겨 전설’로 남는 것이 팬들의 사랑을 위한 보답이자 후배들을 위한 본보기라고 생각했다. 김연아의 공연 마지막 말은 “함께여서 행복했습니다. 사랑합니다!”였다.
김연아의 피겨 역사가 담긴 마지막 연기는 5, 6일에도 계속된다. 그리고 김연아를 기억하는 팬들의 가슴 속에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자신에게 혹독했던 전설로 영원히 남을 것이다.
↑ 김연아는 현역 선수로서 마지막 아이스쇼를 위해 새 갈라 프로그램을 준비해 그동안 응원을 해준 팬들의 사랑에 감사의 선물을 전했다. 사진=천정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