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65세의 노감독이 마침내 활짝 웃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현 최장수 감독이자 아스날의 상징이자 전부인 아르센 벵거 감독이 웃었다.
아스날이 정상에 올랐다. 그리고 ‘거너스’의 우승 세리머니까지 펼쳤다. 어렴풋한 옛 기억의 저편에만 있었던, 이제는 빛바랜 사진 한 장의 추억이 됐던 일이 현실로 이뤄졌다. 2004-05시즌 이후 9시즌 만에 우승이다. 오랜 ‘무관’ 시절을 끝냈다.
↑ 아르센 벵거 감독은 9시즌 만에 아스날에게 우승트로피를 안겼다. 기나긴 무관 시절도 끝났다. 사진 제공=TOPIC/Splash News |
해피엔딩이었다. 그리고 누구보다 이 기쁨을 기다렸던 벵거 감독이다. 실상 ‘아름다운 축구’를 지향하는 벵거 감독은 최고의 감독으로 평가되면서 그 누구보다 많은 비난과 비판을 받아왔다.
아스날이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건설로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는 과정에서도 프리미어리그 4위 내 입상을 유지하며 빠짐없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을 안겼다. 그러나 그와 별도로 아스날은 정상과 거리가 멀었다. 패트릭 비에이라, 티에리 앙리, 세스크 파브레가스, 로빈 반 페르시 등 주축 선수들마저 떠났다.
모든 게 벵거 감독의 잘못은 아니었다. 그러나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게 감독의 자리다.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물론 첼시, 맨체스터 시티 등에 밀려난 아스날의 현주소였다. 기나긴 무관은 벵거 감독에게 ‘독’이었다.
밖에선 조롱과 비난이 끊이지 않았다. 조세 무리뉴 첼시 감독으로부터 ‘실패 전문가’라는 오명을 듣기도 했다. 안도 다르지 않다. 그를 향한 절대적인 믿음도 점차 바뀌었다. 최근 아스날에서 발생했던 퇴진 요구는 그 ‘무관’ 탓이 컸다.
아스날은 지난해 여름 메수트 외질을 영입해 올 시즌 초반 거침없이 고공행진을 달렸다. 우승에 대한 기대감을 키운 건 사실. 그러나 현실은 다르지 않았다. 시즌 중반 이후 미끄러졌고, 4위 자리도 위태로웠다. 그러나 에버튼이 주춤한 사이 연승 행진으로 4위를 탈환했다.
4위를 차지했음에도 벵거 감독을 향한 차가운 시선이 모두 눈 녹듯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맨체스터 시티, 첼시, 리버풀에 당한 굴욕적인 대패도 씻기 어려웠다.
“벵거 감독 체제로는 절대 우승할 수 없다”라는 말까지 흘러나왔다.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겠
하지만 벵거 감독은 끝내 웃었다. 그리고 저마다 자신에게 요구했던 우승트로피도 마침내 보여줬다. 아스날은 11회로 맨유와 함께 FA컵 최다 우승팀이 됐다. 벵거 감독의 시대가 끝나지 않았음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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