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분명 총력전은 아니다. 홍명보호는 아직 다듬어지지 않았다. 2014 브라질월드컵 본선에 맞춰 완성시키고 있다. 또한, 온힘을 다 쏟을 필요도 없다. 지난해 12월 본선 조 추첨으로 이미 월드컵은 시작됐고, ‘축구전쟁’은 한창이다. 그라운드 위에서 맞부딪히지 않았을 뿐.
홍명보 감독은 28일 튀니지전에 신경이 곤두섰다. 내용과 결과, 두 마리를 잡아야 한다. 중간 점검이나 잘 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 사고로 슬픔과 아픔이 가득한 국민에게 승리라는 값진 선물로 기쁨과 희망을 안기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 튀니지와의 국내 마지막 평가전을 앞두고 홍명보 감독은 속내를 밝히지 않았다. 사진=김재현 기자 |
반대로 러시아, 벨기에, 알제리도 눈에 불을 켜고 한국-튀니지전을 지켜볼 터다. 홍명보 감독은 “전력이 노출된 가운데 이기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며 총력을 펼치지 않겠다는 의중을 내비쳤다.
그런데 홍명보 감독의 말이 묘한 뉘앙스를 남겼다. 홍명보 감독은 “소집 훈련을 통해 컨디션이 좋았던 선수들을 중심으로 포지션 적응력과 조직력을 점검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시험하고 싶은’ 선수들 위주라는 표현도 썼다.
속내를 감췄으나 앞뒤 발언을 고려했을 때 주전 멤버는 많이 뺄 수 있다는 뉘앙스였다. 이 때문에 백업 멤버를 폭넓게 활용하겠다는 해석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충분히 논란이 될 수 있다.
분명 위험한 발언이다. 그렇지만 위험한 해석이기도 하다. 일단 튀니지전 베스트11이 백업 멤버들이라는 선입견을 심어줄 수 있다. 보다 다양한 기회를 주고 또한 시험을 하나, 그렇다고 주전과 비주전을 명확하게 구분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런 인식이라면 뛰는 선수들로선 ‘동기 부여’가 생길 수도 있지만 ‘자괴감’이 들 게 자명하다.
그리고 최상의 컨디션을 가진 선수들이 베스트11로 구성돼 경기에 나가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김진수(알비렉스 니가타) 같은 부상 선수가 있고, 기성용(선덜랜드) 같은 부상에서 회복된 지 얼마 안 된 선수도 있다. 또한, 소속팀 일정으로 소집일이 제각각 달랐다. 홍명보 감독의 표현을 빌자면, ‘완벽하지 않은’ 대표팀의 현주소다. 현 시점에서 최대한 컨디션이 좋은 선수들 중심으로 짜겠지만 최대한 노출은 삼가겠다는 포석으로 봐야 한다.
튀니지전에 교체카드는 6장이다. 최종 명단에 포함된 23명 가운데 최대 17명을 살펴볼 수 있다. 홍명보 감독은 “최대한 많은 선수를 뛰게 하려 한다”라며 교체카드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주전 멤버를 꽁꽁 숨기겠다는 전략은 아닐 것이다.
홍명보 감독은 취임 이래 ‘원 팀’을 강조했다. 구자철(마인츠)을 주장으로 선임했을 때도, 1명이 아닌 23명이 책임감을 갖고 주장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백업 멤버 위주로 튀니지전을 치르겠다는 것보다 주전과 비주전 구분 없이 23명 모두가 주전이며 최상의 컨디션
홍명보호의 주전 경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미국 마이애미 전지훈련에서 그 치열함은 더해질 것이다. 홍명보 감독의 발언은 튀니지전 베스트11이 월드컵 본선 베스트11은 아니라고 해석하는 게 옳다. 월드컵 본선 주전을 예약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rok1954@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