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코리언 특급’ 박찬호가 다저스타디움을 다시 찾는다. 박찬호는 28일(한국시간) LA다저스가 마련한 ‘코리아 나잇’을 맞아 신시내티 레즈와 LA다저스의 경기가 열리는 다저스타디움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그는 사인회와 시구 등의 행사를 갖는다.
1994년 다저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박찬호는 2001년까지 다저스 유니폼을 입었으며, 이후 2008년 다시 다저스에서 한 시즌을 뛰었다.
그 사이 다저스는 많은 것이 변했다. 그의 현역 시절 모습을 지켜 본 선수들도 얼마 남지 않았다. 우완 투수 채드 빌링슬리도 그 중 한 명이다. 2006년 다저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그는 지난 시즌까지 219경기(선발 190경기)에 출전해 81승 61패 평균자책점 3.65를 기록했다. 현재는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 이후 재활 중이다.
“다시 만나는 박찬호, 너무 반갑다.”
↑ 채드 빌링슬리는 박찬호의 현역 시절을 기억하는 몇 없는 다저스 선수 중 하나다. 사진(美 로스앤젤레스)= 조미예 특파원 |
지난 27일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빌링슬리는 박찬호의 시구 계획을 듣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장을 찾는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시구까지 할 줄은 몰랐다고. 계속된 재활로 지친 그의 표정에 살며시 얇은 미소가 돌았다.
박찬호는 은퇴 이후 다저스 구단 행사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다. 최근 진행된 올드 타이머 게임에서도 숀 그린, 라울 몬데시 등 전성기 시절 함께 뛰었던 선수들과 함께 초대장을 받았지만, 참가하지 않았다. 지난해 챔피언십시리즈 당시에는 관중석에서 잠깐 모습을 드러냈다.
등장이 뜸했던 만큼, 빌링슬리도 그와 많은 연락을 주고받지 못했다. 그는 박찬호의 근황을 궁금해 했다. “몇 해 전 스프링캠프 때 잠깐 본 게 마지막이었다. 그 이후로는 은퇴 후 어떻게 지내는지 너무 궁금했다”며 연락이 끊어진 지가 한참 됐다고 털어놓은 그는 “대부분 선수들이 은퇴를 하면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거나 사업을 한다는 이유로 경기장에서 사라지기 마련이다. 그런 선수들이 다시 경기장에 나타나면 너무 반갑다”며 박찬호의 복귀를 다시 한 번 반겼다.
빌링슬리가 말하는 박찬호
그는 박찬호를 조용한 선수로 기억하고 있었다. “말이 별로 없었다. 밖에서 보면 잘 모르겠지만, 외향적인 선수들은 클럽하우스 안이나 실내 훈련장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기도 한다. 박찬호는 그런 경우는 아니었다.”
말이 없이 조용했지만, 그렇다고 팀원들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먼저 다가와서 말하는 일은 별로 없었다. 그렇지만 다가가서 질문하면 거기에 매우 정성껏 대답해주던 기억이 난다.” 빌링슬리는 그가 말이 없고 조용했지만, 해야 할 일을 몸소 실천하며 후배들에게 귀감이 됐다고 설명했다.
↑ 지난해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챔피언십시리즈 3차전을 방문한 박찬호의 모습. 사진= MK스포츠 DB |
“어느 자리든 가리지 않고 열심히 하는 선수였다”며 말을 이은 빌링슬리는 “훈련 도중 투수들끼리 외야에서 타구를 주울 때, 옆에서 많은 얘기를 해줬다. 지금의 위치에 오르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했는지를 자주 얘기해줬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좋은 팀 동료였지만, 이후 운명은 엇갈렸다. 박찬호는 1년 만에 다저스를 떠나 필라델피아(2009), 뉴욕 양키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2010)를 거쳐 일본과 한국을
메이저리거로서 성장하던 그 시기, 그에게 박찬호와의 만남은 어떤 의미였을까. “박찬호는 이미 많은 성공을 경험한 선수이자 정말 좋은 팀 동료였다.” 그 시절 박찬호의 모습을 떠올리는 빌링슬리의 얼굴은 다시 앳된 신인 시절로 돌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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