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프로야구의 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올해 벌어지고 있는 여러 현상들이 예사롭지 않다는 지적이다. 10구단 시대의 개막을 앞둔 과도기. 여전히 성장 중인 프로야구에 산재한 문제들이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다.
MK스포츠는 이에 세 가지 쟁점을 정해 긴급 진단에 나섰다. 임호균 MK스포츠 해설위원과 함께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타고투저의 근본 원인, ▲아마야구의 질적인 하락, ▲스트라이크존과 심판 판정 문제에 대해 되짚어 봤다.
↑ 이른바 핸드볼스코어가 속출하고 있는 2014 타고투저의 프로야구다. 근본적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짚어봤다. 사진=MK스포츠 DB |
▲ “구속만 늘었을 뿐 제구력이 없다”
외국인 타자들의 도입, 스트라이크존의 축소, 공인구 반발력의 증가 등이 올해 타고투저의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임 위원은 선발 투수들의 기본적인 기량 부족과 제구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점을 첫 번째 원인으로 꼽았다.
임 위원은 “현대야구의 투수들은 철저하게 분업화 돼 있다. 하지만 선발이 최소 6회 이상이 아닌 1,2회에 조기 강판된다면 기본적인 계산이 설 수 없다. 선발 투수들의 능력과 기량이 일정 수준 이상에 올라 있지 못하다는 것이 타고투저의 근본적인 원인이다”라며 선발 투수들의 능력 부족을 첫 번째 원인으로 꼽았다.
실제로 올해 9개 구단 선발 투수들은 478경기서 2560이닝을 소화했다. 평균이닝은 5.36이닝에 불과하고, 평균자책점은 5.19에 달한다. 기본적으로 선발들이 제 몫을 해주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연쇄적으로 타고투저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임 위원은 “타고투저는 올 한해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투수들의 기량이 타자들의 기량 발전 속도, 현미경 전력분석 등의 시대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면서 “류현진과 윤석민 등 걸출한 투수들의 공백이 리그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일부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과거에도 숱한 명투수들의 은퇴나 부상, 해외 진출 등의 공백이 있었다”며 특급 선수들의 부재가 리그 전체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임 위원은 “그것보다는 현 1군 9개 구단 선발 투수들의 체격, 구질, 구속 등의 외형적인 부분은 향상됐지만 근본적인 투수들의 능력 자체는 그것을 뒷받침 해주지 못하는 것에 원인이 있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최근 많은 구단들이 다시 되짚어보고 있는 기본기 부족에 대한 문제다. 임 위원은 “수년간 흐름을 살펴보면 미국야구를 잘 못 받아들인 경향이 심해졌다. 구속을 제 1가치로 판단하고 상체 위주로 투구를 하는 투수들이 부쩍 늘었다. 릴리스 포인트가 일정하지 않은 투수들이 많다. 그것이 좋지 못한 제구력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전체 투수들의 구속은 부쩍 늘어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근본적인 투구 밸런스나 제구력의 문제는 개선되지 않았고, 오히려 퇴보한 경향도 있다. 과거에는 러닝 등의 하체 운동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다. 시설이나 운동법이 발달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랬던 부분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투구 밸런스의 기초는 하체와 등에서 나온다. 최근에는 이런 기본들을 등한시 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아쉬워했다.
이어 임 위원은 “미국의 경우에도 투수들이 하체 운동에 매우 많은 신경을 쓴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이 웨이트트레이닝은 하지만 러닝은 많이 하지 않는다는 것이 대표적으로 잘못 알려진 부분이다. 요즘 국내의 투수들은 힘들게 뛰지 않는다. 그런데 그것은 전혀 잘못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다. 기본을 놓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올해 늘어난 경기 시간과 많은 실점은 투수들의 사사구 남발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최근 수년간 꾸준히 거론된 투수들의 제구력 문제는 올해 민감해진 스트라이크존과 맞물려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임 위원은 “선발 투수들이 아웃카운트 1개를 못 잡고 볼넷을 수없이 남발하는 일, 구원투수들이 마운드에 올라가 첫 타자에게 볼넷을 내준다는 것은 미국과 일본 야구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한국 투수들의 제구력과 밸런스 문제를 근본적으로 되돌아봐야 하는 시점이다”라고 뼈 있는 지적을 했다. 올해 선발투수들의 9이닝 당 볼넷 허용은 3.95개, 구원투수들의 볼넷 허용은 4.26개에 달한다. 스트라이크를 잘 던질 수 있는 투수가 없다는 분석이다.
▲ 떨어진 기준선, QS가 최대 목표인가?
임 위원은 최근 뚜렷한 경향의 마운드 분업화에 대해 “투수들의 선수 생명을 연장시켜 줄 수 있고 장점이 분명하다”며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했다. 하지만 임 위원은 “선발 투수들의 기준이 하향된 것은 분명하다”고 꼬집었다.
임 위원은 “선발야구의 분업화로 선발 투수들의 투구수에 대한 기준선을 잡아주는 것은 좋다. 하지만, 팀의 1,2선발들은 최소 25경기에서 30경기 이상을 등판해야 한다. 그런 전략적 접근에서 생겨난 문제지만 선발투수는 기본적으로 완투에 대한 마음가짐을 갖고 마운드에 올라야 한다”면서 “5이닝이나 6이닝만 던져서 승리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올라오는 투수는 프로의 자격이 없다”며 요즘 뚜렷해진 경향에 대해 직격탄을 날렸다.
임 위원은 “한국은 5일 등판을 기준으로 4일 휴식 후 선발들이 들어선다. 지난해와 올해는 더 많은 휴식일을 보장 받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5이닝을 못 버티고 1~2이닝만에 조기 강판된다는 것은 팀에 속수무책이 되는 상황이다”라며 “중간 불펜. 필승조. 원포인트. 마무리 투수등의 각종 투수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선발은 최소한 9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체력과 몸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책임감을 갖고 마운드에 오르는 것이 기본이다. 100구는 선수의 보호차원이지 투수의 기준점이 되어서는 않된다”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임 위원은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의 퀄리티스타트를 해내면 자신의 몫을 다했다고 생각하고 벤치를 쳐다보는 투수들이 많다. 물론 혹사는 안된다. 하지만 현대 야구에서 절대 투수를 비상식적으로 혹사 시키지 않는다. 승패에 욕심을 내고 조금 더 투쟁심을 갖고 자신의 그날 투구에 대해 책임지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한국 선발투수들은 미국과 일본에 비해서 그런 점들이 최근 많이 부족해졌다”고 했다.
▲ 수비형 포수가 없다
그렇다면 투수들의 기량이 급격하게 저하된 문제만 있을까. 임 위원은 “투수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포수들의 기량과도 연관된 문제다. 좋은 기량을 가진 투수의 부재만큼, 총괄적으로 경기를 컨트롤하고 투수들과 호흡을 맞출 수 있는 포수가 없다는 문제도 크다”고 했다.
임 위원은 “포수들이 얼마만큼 투수를 리드해주고 잡아줄 수 있느냐는 경기에서 매우 큰 몫을 차지한다”면서 “공격형 포수와 수비형 포수로 나뉜다고 봤을 때 수년간 각 구단들이 포수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분명한 현실이다”라고 했다.
문제는 이른바 황금세대들의 노령화 이후 세대교체의 정체와 아마야구에서부터 시작된 포수기피현상을 꼽았다. 임 위원은 “불과 5년 전만 거슬러 가더라도 조인성, 박경완, 강민호, 진갑용 등의 좋은 기량을 가진 포수들이 각 구단의 확고한 주전으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들의 존
재 때문에 대를 잇는 포수들의 성장이 더뎌진 측면도 분명히 있다”면서 “새로운 세대의 포수를 길러내지 못했다. 현재 타고투저의 난은 한국 프로야구의 포수 육성의 실패와도 닿아있는 문제”라고 분석했다.
임 위원은 “아마야구에서부터 포수 기피현상이 뚜렷한데 대안을 마련하지 못했다”면서 “최근 각 구단들의 포수난이 심각해지면서 강민호와 같이 대형 FA 계약을 맺는 사례가 생기면서 유소년 야구에서부터 포수에 대한 인식이 바뀔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당장 포수난 해결은 쉽지 않은 문제”라고 전망했다.
임 위원은 “현재 자신의 능력만으로 투수를 무실점 경기, 혹은 완투로 이끌 수 있는 수비형 포수가 당장 누가 있는가. 포수난 문제는 근본적인 경기 질 하락과 밀접하게 연관이 있다”며 다시 한 번 포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비시즌 트레이닝 방법도 개선해야
동계훈련과 스프링캠프 훈련 방법에 있어서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 임 위원의 지적이었다. 임 위원은 “각 구단들의 감독들이 ‘스프링캠프에서 투수들이 공을 많이 던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스프링트레이닝을 할 때 던질 수 있는 100%의 상태의 최대의 투구를 몇 번이나 했는지, 얼마만큼의 공을 던졌는지 여부는 실전에서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면서 “최근에는 컨디션 조절을 하는 차원에서 서서히 몸을 끌어올리고 있는데 특히 일본 야구는 스프링캠프 기간에 많은 공을 던진다. 최상의 제구력을 갖추기 위한 기본적인 훈련을 소화한 이후 기술적인 훈련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혹사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임 위원은 “혹자들은 이것을 혹사라고 평가할수도 있다. 당연히 열명의 투수 전체가 체력이나 정신적인 면에서 똑같을 수는 없는 일이다. 획일적인 훈련 방법이 아니라 개개인에 맞는 훈련법을 채택해야 한다”면서 “개인이 최고조로 올려 던질 수 있을 근력과 몸 상태를 만드는 것이 스프링캠프서 시행해야 하는 훈련”이라고 했다.
임 위원은 “선동열 KIA 타이거즈 감독을 비롯한 현역의 많은 감독들이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다. 밸런스를 가다듬는 부분은 기본적으로 이 시기에 얼마나 많은 공을 던지며 자신의 것을 완성했느냐에 좌우된다. 국내의 투수들은 매번 등판 시 어느 시기를 지나서는 급격하게 무너지는 경향이 있다. 또한 기복이 심하다. 그렇다면 트레이닝 방법도 되짚어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 코치와 선수 간 소통, 잘 이뤄지고 있나
최근 급격하게 늘어난 선수들의 연봉과는 별개로 코치들의 처우 문제는 특별히 나아진 것이 없다. 각 구단 코칭스태프들은 이런 ‘고액연봉자’들과 소통하고, 그들을 통제하기가 점점 힘들어진다는 하소연을 공통적으로 하고 있다.
이른바 현장의 코칭스태프와 선수들간의 괴리감의 문제다. 임 위원은 “각 구단 코칭스태프들과 선수들의 관계도 중요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며 “상당히 좋은 조건의 연봉을 받고 어린 나이에 성공하는 선수들이 늘고 있는 반면 선수와 코칭스태프들간에 상호신뢰와 믿음은 얼마나 형성돼 있는지 의문점이 많다“고 했다.
현장의 코치들의 가장 심각한 애로사항이다. 임 위원은 “선수들의 야구에 대한 지식도 늘었지만 코치들과 선수들은 상호 협력하고 소통해야 되는 관계다. 그런점에서 선수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은 전반적인 코치들의 자질 부족 문제가 분명히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수들이 믿고 의지해서 상호협동관계를 맺을 의사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최근 선수들이 코치들에게 행사하는 영향력이 늘었다. 심지어 선수들이 코치와 감독을 경질 시킬 수 있는 분위기가 되다보니 자연스레 코치들의 선수들에 대한 영향력도 줄어들고 있다. 극단적으로 서로간의 소통이 힘들어지고 있는 분위기다”라며 개탄했다.
임 위원은 “현장에 가면 코치들이 ‘예전 같은 관계가 아니다. 요즘은 선수들과의 소통이 가장 힘들다’며 웃으며 이야기 하는데 그 웃음이 너무나 씁쓸하다. 코치들은 지금 현역에서 뛰고 있지는 않지만 타 팀의 전력 분석이나 장단점을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는 자원이다. 그들의 기술적, 정신적 조언이 선수들에게는 분명히 필요하다. 그들의 경험과 선수들의 현재의 능력과 노력이 결합되면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그 부분에서 현재 소통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지금은 수면 밑에 가라앉아 있지만 실제로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문제”라고 그 심각성을 언급했다.
멘탈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중요한 현대야구다. 임 위원은 “선수들의 정신적인 문제를 어루만질 수 있는 부분이 과연 개선됐느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상담치료사 등의 전문 인력의 확충은 물론, 멘탈관리와 정신적 측면에서 코치들과 선수들의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 그런 부분이 제대로
타고투저는 프로야구 질적 저하 현상의 상징적인 단면이다. 이렇게 프로야구의 연성화와 복합적인 문제의 부각은 아마야구의 붕괴 혹은 정체 문제와도 닿아 있다. 이어 <아마야구가 무너졌다>를 통해 프로야구 문제의 시작이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인지를 짚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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