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브라질 이과수) 이상철 기자] 0-4 대패. 2014 브라질월드컵 개막을 불과 3일 남겨놓고 치른 마지막 평가전에서 4골차로 크게 졌다.
홍명보 감독이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치른 경기에서 최다 점수차 패배 타이다. 지난 1월 멕시코전(한국 0-4 패)은 사실상 원정의 불리함에다 유럽파가 모두 빠졌다.
하지만 가나전은 달랐다. 홍명보 감독은 브라질월드컵 본선을 대비해 최정예 멤버를 내세워 총력을 쏟았으나 씁쓸한 결과물만 얻었다.
↑ 튀니지전 0-1 패배에 이은 가나전 0-4 패배. 월드컵 본선 직전 평가전에서 이토록 부진했던 적은 없다. 그렇지만 뜨거워져야 할 심장을 차갑게 할 이유는 없다. 진짜 월드컵은 이제부터다. 사진=MK스포츠 DB |
실망, 또 실망이다. 혹자는 ‘이렇게까지 기대가 안 되고 응원할 맛도 안 나는 월드컵은 처음이다’라고 외친다. 분명 대표팀이 걸어온 길은 그러했고, 최근에는 더욱 그러했다.
가뜩이나 벨기에, 러시아, 알제리 등 H조 상대국 전력이 만만치 않은데 한국과 다르게 이들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희비가 크게 엇갈리고 있는 모양새다. 그렇다 보니 ‘원정 월드컵 첫 8강’은 고사하고 ‘1승’도 요원한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선도 가득하다.
틀린 말도 아니다. 그렇지만 벌써부터 마음을 닫을 이유도 없다. 아직 홍명보호의 진짜 월드컵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 홍명보 감독과 태극전사가 가리킨 월드컵 ‘D-Day’는 오는 18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전이다.
홍명보 감독이 밝힌대로 아직 1주일의 시간이 남아있다. 획기적인 반전에 펼쳐질 가능성까진 아니더라도 궤도에 올려놓기에는 충분하다. 4년 전 일본은 월드컵 전후로 극과 극의 행보를 보이면서 16강에 오르기도 했다. 한국에게 좋은 예다.
대표팀은 12일 ‘약속의 땅’ 이과수에 가는데, 앞으로 계획하고 준비한대로 하면 되는 것이다. 가나전 대패를 했지만 이튿날 미국 마이애미에서 가진 회복 훈련에서 선수들은 고개 숙이지 않고 어깨도 당당히 폈다. 평가전일 뿐, 오래도록 간직할 이유도 없다. 진짜 모든 걸 쏟아내야 할 무대는 따로 있다. 충분히 반성은 했고, 이를 만회할 무대이기도 하다.
세계의 벽은 높고 다시 한 번 절감하고 있다. 그렇지만 한국은 언제나 월드컵에서 ‘도전자’였고, 때론 세계를 놀라게 했다.
공교롭게 비유럽 개최 월드컵에서 유난히 성적(5승 5무 7패)이 좋았다. 첫 득점도, 첫 승점도, 첫 16강 진출도 모두 비유럽 개최
실망과 좌절은 모든 게 끝난 뒤에 해도 된다. 아직 홍명보호의 월드컵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 이제부터 진짜 월드컵이 시작된다.
[rok1954@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