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승민 기자] 야구판 오랜 매너 중의 하나. 9회 혹은 8회, 3~5점차 리드 중에 도루를 하면 눈총을 받곤 했다. 2014 한국프로야구에선? 번트가 나와도 이해할 지경이다.
팀 두 자릿수 득점의 체감 위력이 예년의 두 자릿수 안타쯤으로 떨어지고, 마운드의 산뜻한 마무리가 팀 마다 힘겨운 이번 시즌, 경기 종반 3~5점 리드에 편안할 수 있는 팀이 극히 드물어졌다.
↑ 주초 광주경기에선 한화와 KIA가 한경기 최다 등판투수 기록을 세우고, 4점차 이상 득점 이닝만 6회를 만들면서 드문 상황을 흔하게 느껴지게 했다. 사진=MK스포츠 DB |
빅이닝이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시체에 매질’은 당분간 듣기 힘들 표현, ‘쐐기점’은 경기 종료 전까진 누구도 쉽게 쓰지 못할 단어다.
한 경기에 투수를 떼로 올리면, 이해보다 비판을 더 많이 해온 것이 현대 야구. 열세 마운드의 필승 선택지 중 하나로 자리 잡는 와중에도, ‘벌떼마운드’는 끊임없는 다그침을 받았다. ‘투수들에겐 내일이 없나’ ‘팬들에겐 배려가 없나’ 선수 혹사 우려와 엿가락 경기시간의 주범 의혹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러나 올해라면? 누가 써도 그다지 민망하지 않고, 아무도 쉽게 욕하기 힘들어진 전략, ‘벌떼야구’는 절박할 뿐이다.
타선의 상식 파괴는 하위타선에서. 12일 세 경기를 뛴 6명의 선발 8번 타자 가운데 3할을 못치고 있던 타자는 넥센 이성열 한명이었다. 나머지 5개 타선에선 3할 타자들이 8번에 나왔다.
전 구단이 용병타자를 수혈한 이번 시즌, 저마다 살짝 모자랐던 틈을 메워내면서 리그 9개 전 타선의 조직력이 탄탄해졌
시즌 20홈런 이상 페이스의 거포만 스무 명이 넘고, 마흔 명에 가까운 3할 강타자들이 뛰고 있는 2014시즌이지만, 이들과 맞선 9개 마운드의 고의4구 개수는 12일 현재, 경기당 0.19개. 지난해(0.22개)보다 14% 줄어든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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