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골리앗’ 브라질에 맞서는 ‘다윗’ 크로아티아였다. 네이마르의 활약과 석연찮은 판정에 패했지만 과정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거친 압박과 역습을 기본으로 한 전술은 강팀을 상대하는 약팀의 정석과 같이 우수했고 위협적이었다. 한국이 크로아티아와 브라질간의 경기를 주목해야하는 이유다.
크로아티아는 13일 새벽 5시(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의 아레나 데 상파울루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개막전서 브라질에 맞서 분전했으나 1-3으로 패했다.
↑ 2014 브라질 월드컵 브라질 크로아티아전서 강팀을 상대하는 약팀의 해법을 보여준 크로아티아의 핵심 미드필더 2인방. 왼쪽 루카 모드리치, 오른쪽 이반 라키티치. 사진 제공=TOPIC/Splash News |
하지만 경기 종료 후 크로아티아를 향한 동정론도 거세게 일고 있다. 후반 25분 내준 페널티킥 상황에서 브라질의 공격수 프레드가 헐리웃액션을 했고, 홈어드밴티지에 입각한 이득을 봤다는 지적이다. 우승후보와 경기 종반까지 팽팽한 경기를 펼친 크로아티아의 경기력에 대한 찬사도 더해져 있다.
이날 크로아티아는 4-2-3-1 포지션을 택해 압박-탈압박-역습으로 이어지는 교과서를 보여줬다. 플레티코사 골키퍼가 골문을 지키고 브르살리코-로브렌-촐루카-스르나가 포백을 구성했다. 중원은 라키티치-모드리치가 구성했고 코바치치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포진했다. 양 날개는 오른편이 페리시치 왼편이 올리치가 맡았고 최전방은 징계로 결장한 만주키치 대신 옐라비치가 섰다.
다소 공격적인 전형의 배치였는데, 브라질의 거센 공격에 맞서 라인을 내리면서 압박에 힘썼다. 주목할만한 점은 허리의 구성이었다. 크로아티아는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가 아닌, 패싱력과 기술이 돋보이는 라키티치와 모드리치를 허리에 배치시켰다.
수비력에 문제가 제기됐지만 오히려 브라질 중원을 거세게 압박했다. 이날 크로아티아 경기의 특징은 템포의 조절이었다. 공격의 역습을 전개하는 과정은 매우 빠르고 간결한 패스가 시발점이 됐다. 현재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최고의 미드필더로 꼽히고 있는 라키티치와 모드리치의 창의성이 빛을 발했다.
체격이나 수비력 면에서 브라질 미드필더를 앞설 수 없는 크로아티아는 오히려 한 박자 빠른 템포의 패스와, 정교한 공격 연결로 약점을 상쇄했다. 조별리그서 상대하는 대부분의 팀들이 한국보다 더 나은 체격을 보유하고 있고, 압박에 능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한국 역시 참고할 만한 대목이다.
월드컵에 출전하는 선수들을 상대로 해서 지난 가나전처럼 미드필더진에서 불필요한 플레이가 길어질수록 볼을 뺏길 확률이 높아진다. 강팀을 상대하는 크로아티아의 한 발 빠른 압박과 패스는 한국의 참고서가 될만했다.
상대적으로 개인기에 의존한 브라질은 자신들의 진영에서부터 거세게 압박해오는 크로아티아 선수들의 전형적인 압박전술에 고전했다. 패스미스가 잦았고 공격의 활로를 뚫지 못했다. 측면을 노린 공간패스나 돌파로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기는 했지만 오히려 크로아티아의 측면 공격이 더욱 매서웠다.
활동량과 돌파력, 그리고 크로스 능력이 좋은 올리치와 페리시치는 측면을 적극적으로 팠다. 전진한 브라질 풀백들의 뒷 공간을 노리는 라키티치와 모드리치의 양질의 패스를 이어받아 브라질 진영을 누볐다. 전반 11분 나온 골 과정도 이런 한 방의 역습 공식이 적용된 결과였다.
상대적으로 신장 면에서 강점이 없는 브라질이긴 했으나 세트피스도 효과적으로 잘 봉쇄했다. 장신 수비수 루이스에게 몇 번의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안정감 있게 세트피스 수비를 수행했다. 세트피스에 약점을 보이고 있는 한국이 더욱 신경을 써야 하는 대목. 한 방에 흐름을 뺏길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크로아티아는 정교한 킥을 앞세워 몇 번의 위협적인 세트피스 장면을 만들어냈다. 공격 연결과정에서 최근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한국 역시 세트피스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 선 수비 후 역습, 혹은 세트피스로 기회를 노리는 것은 정형화 된 약팀의 강팀잡는 공식이다. 이를 돌파구로 삼을 만 하다.
무엇보다 크로아티아가 보여준 냉정함과 열정을 본받을 필요가 있는 한국이다. 크로아티아는 주전 원톱의 부재를 자신들의 해법으로 돌파하려 했다. 동시에 우승후보로 꼽히는 브라질과의 전력차를 인정하는 동시에, 과감한 역습으로 끊임없이 브라질 골문을 위협했다. 동시에 투지넘치고 활기찬 움직임으로 대등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한국 대표팀은 수비불안, 치명적 원톱 공격의 부재, 조직력 미비 등의 다양한 문제점을 갖고 있다. 크로아티아와는 여러모로 선수 구성이나 전력에서 차이가 있다.
하지만 선수들의 잠재력이 최근 보여준 모습처럼 무기력한 것만도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도, 어쩌면 골리앗을 향해 거침없이 돌팔매질을 한 다윗의 의지와 도전일지 모른다. 한국대표팀은 크로아티아가 보여준 해법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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