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봉중근(34‧LG 트윈스)이 투수 인생의 나침반을 다시 꺼내들었다. 마무리와 선발의 갈림길이다.
2014시즌이 한창인 프로야구.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좌완 투수 봉중근의 보직 전환 여부가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다. 선발에서 마무리로 돌아선 봉중근이 다시 선발로 전환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투수의 보직 변경은 민감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다. 그 대상이 봉중근이라면 더 그렇다.
↑ LG 트윈스 좌완 투수 봉중근이 마무리와 선발 보직을 두고 흔들린다. 투수 인생의 또 다른 갈림길에 서 있다. 사진=옥영화 기자 |
마무리 2년차였던 2013시즌에는 55경기에 등판해 38세이브(8승1패)로 이 부문 2위에 올랐다. 평균자책점도 1.33을 기록하며 손꼽히는 마무리 투수로 자리 잡았다. LG는 오랜 ‘마무리 악몽’을 씻어내고 가을야구의 문턱을 넘었다. ‘LG의 수호신’으로 우뚝 선 봉중근의 존재 가치는 높았다.
그러나 봉중근은 마무리 3년차인 올 시즌 흔들리고 있다. 일단 성적이 좋지 않다. 22경기서 11세이브(3패)를 올렸으나 세 차례 블론세이브를 기록하며 평균자책점도 4.24까지 치솟았다.
봉중근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선발 전환의 마음을 품은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 봉중근은 갑작스럽게 마무리 보직을 맡아 선발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전성기가 지나고 있는 투수 인생의 갈림길에서 선발로서 마지막 투혼을 벌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양상문 LG 감독 역시 봉중근의 보직 변경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양 감독은 올 시즌 중 봉중근의 마무리 전환은 고려 대상이 아니라고 확실한 선을 그었다. 대신 내년 보직에 대해선 열어뒀다.
양 감독은 “투수의 보직 문제는 코칭스태프 전체의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다. 시즌을 마친 뒤 충분한 시간을 갖고 깊이 있게 논의할 문제다”라고 밝혔다.
양 감독은 보직 결정에 있어서 당사자인 봉중근의 의사에 더 무게를 뒀다. 양 감독은 “감독이 무조건 안 된다고 할 순 없는 문제다. 마음이 떠나 있다면 어차피 그 역할에 충실할 수 없다”며 “봉중근이 시즌을 마치고 자신의 의사를 확실히 표현한다면 그때 논의하면 된다. 선수 본인의 의사가 강력하면 설득을 한다고 될 일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LG에는 당장 봉중근을 대체할 마무리가 없다. 봉중근의 선발 복귀 성공도 장담할 수 없다. 선발에서 마무리 전환과 거꾸로 마무리에서 선발 변경은 더 어려운 도전이다. 봉중근의 선발 전환은 개인은 물론 팀을 위한 선택과 결정이 필요하다.
↑ 지난 3월 호주 시즈니 크리켓그라운드에서 만난 시드니 블루삭스의 마무리 투수 구대성. 당시 구대성은 봉중근의 마무리 투수 활약에 대해 의구심을 표했다. 사진=김영구 기자 |
봉중근은 지난 18일 잠실 라이벌전인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서 10-8인 8회말 2사 후 마무리로 등판했다. 1⅓이닝 동안 22개의 공을 던지며 4타자를 퍼펙트로 막아냈다. 봉중근은 모처럼 환하게 웃으며 마운드를 완벽하게 지켜냈다. 최근 부진을 씻은 마무리의 미소였다.
봉중근의 고민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한국 프로야구 레전드 마무리 투수의 말이 사뭇 떠오른다. 지난 3월 호주 시드니에서 만났던 ‘대성불패’ 구대성(45‧시드니 블루
“LG는 봉중근이 마무리 투수를 맡아 잘하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사실 중근이는 마무리 스타일이 아닌데….”
구대성은 더 이상의 설명은 하지 않았다. 그가 보고 느낀 봉중근이 그랬나 보다. 봉중근도 지금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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