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출전한 '태극전사'들은 18일 러시아전에서 비록 비겼지만 가나 평가전의 우려를 말끔히 씻는 플레이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만큼 가나전의 참패는 '태극전사'는 물론 국민들에게 큰 충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같은 우려 속에 18일 오전 7시(한국시간) 치러진 러시아전에서 한국 선수들의 몸놀림은 전혀 달랐다. 후반 끝날무렵 체력적 한계는 풀어야 할 숙제지만 전반 내내 러시아를 앞도했고 아까운 골찬스도 몇차례 있었다.
결국 승부는 무승부로 끝났지만 "한국선수 이름 알필요없다"는 거만함을 보였던 러시아의 카펠로 감독의 얼굴은 그야말로 'X씹은 표정'이였다.
카펠로 감독의 표정을 그렇게 만들 수 있었던 것은 그라운드에서 한국선수들의 선전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코칭스태프들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도 한 몫했다.
홍명보 감독이 '신경전이 대가' 카펠로를 압도한 것이다.
경기를 자세히 보면 카펠로 감독은 테크니컬 에어리어 안에서 최대한 그라운드에 가까운 쪽에 서서 끊임없이 주심에게 뭔가를 계속 어필했다.
이런 신경전이 심판의 마음을 움직였는지 주심은 전반 13분만에 한국대표팀 에이스 손흥민에게 황당한(?) 옐로우 카드를 내밀었다.
평상시 무표정한 홍 감독도 더는 못보겠는지 전반 37분 수비수 홍정호가 상대와 부딪쳐 쓰러지자 벌떡 일어서 주심에게 러시아에 경고를 주지 않는 데 대한 항의를 했다. 이 모습을 본 카펠로 감독, 두 팔을 벌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홍 감독은 러시아 감독의 이런 행동이 눈에 거슬렸는지 왼손 검지 손가락으로 카펠로를 가리키며 '가만히 있으라'는 제스처로 응수했다. 그리고 카펠로는 더 이상 대응하지 못했다.
홍 감독은 그후 후반전 10분 박주영 대신 이근호를 투입, 승부수를 던졌고 22분 대한민국 대표팀에게 첫 골을 안겼다.
9분 후 동점골을 허용했으나 가나전에서 보였던 무력함은 이번 경기로 사라졌다.
한편 한국국가대표 축구팀은 23일 오전 4시(한국시간) 알제리와 중요한 한판 승부를 펼친다. 반드시 이겨야만 16강 진출 경우의 수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매경닷컴 이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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