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혹평 세례다. 한국 축구 대표팀의 주전 수문장 정성룡(29·수원삼성)이 부진한 경기력으로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논란 속에도 주전 수문장 자리를 꾸준히 지켰던 정성룡이 한국의 16강 운명을 건 벨기에전도 출장할 수 있을까.
한국은 23일 오전 4시(한국시간) 포르투 알레그리 에스타지우 베이라 히우에서 열린 알제리와의 2014 브라질 월드컵 H조 2차전서 2-4로 완패를 당했다. 수비조직력이 무너지며 전반 3골을 헌납한 것이 컸다. 주전 수문장 정성룡 또한 부진했다.
↑ [한국-벨기에] 부진한 경기력으로 혹평세례를 받고 있는 골키퍼 정성룡이 벨기에전서 출장할 수 있을까. 사진(브라질 알레그리)=김영구 기자 |
이 매체는 “실점이 많아 안정감이 결여된 정성룡을 주로 기용한 것에 대한 의심도 높아졌다”며 “정성룡은 월드컵 직전 가나와의 평가전에서 4실점을 했다. K리그에서 최고의 수비력을 자랑하는 김승규라는 선택도 있었지만 홍 감독은 정성룡을 뽑았다”며 정성룡의 선발 출장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알제리전 참패에 따른 결과론이다. 러시아전서 정성룡은 안정감 있는 수비를 선보이며 단단한 수비를 이끌었다. 하지만 정성룡의 기용에 따른 논란이 일시적이 아니라는 점, 골키퍼라는 포지션이 승패에 관여하는 비중을 떠올리면 ‘정성룡 기용 고집’에 대한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
알제리전만 두고 보면 정성룡 혼자 만의 실수는 아니었다. 이날 김영권-홍정호의 중앙 수비진은 위치선정이나 대인마크, 투지, 정신력 모든 면에서 문제를 드러냈다. 거기에 러시아전 단단했던 기성용과 한국영도 포백 보호와 저지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 양 측 풀백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전반 허용한 실점에서 정성룡이 보여준 불안한 모습은 비판의 소지가 남는다. 일단 전반 26분 선제골의 경우 알제리의 메자니가 후방에서 연결한 공을 슬리마니가 끌고 페널티박스안으로 질주했다. 김영권과 홍정호가 양 측면에서 경합을 펼쳤지만 슬리마니의 슈팅을 저지하지 못했다. 이장면에 대해 안정환 MBC 해설위원은 “정성룡이 조금 더 앞으로 수비를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슬리마니가 양쪽에서 수비진의 압박을 받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진으로 각을 좁히는 선택이 최선이었다.
전반 28분 추가골 장면은 위치선정 문제를 노출했다. 김영권이 암델무엔 자부의 마크를 놓치면서 크로스를 쉽게 허용했다. 기성용과 구자철은 라피크 할리시의 헤딩을 저지하지 못했고 정성룡은 골대를 비우고 튀어나오는 선택을 했다. 하지만 점프 위치를 잘못 잡았고 공을 펀칭하지도 못했다. 결국 공은 할리시의 머리에 맞고 골대에 빨려들어갔다.
공중볼 낙하 지점을 잘못 예측하는 실수는 정성룡이 그간 여러차례 노출했던 약점. 적극성 또한 부족했다. 결국 추가골은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전반 1골을 더 내준 한국은 무너졌다.
수비진을 이끌어야 할 리더라는 측면에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정성룡의 나이나 골키퍼라는 포지션의 성격을 감안하면 리더로의 기대감은 크다. 하지만 정성룡은 전반 거세게 흔들리는 수비 조직을 다잡는데 별다르게 기여하지 못했다. 불같은 투쟁심이나 독려, 질책, 냉정한 지시 등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정성룡의 최근 폼은 분명한 하락세다. 소속팀에서나 대표팀에서 지속적으로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 거기에 4실점을 하면서 정신적으로도 흔들린 상태다.
대안도 있다. 김승규와 이범영은 최근 K리그 클래식 최고의 수문장으로 거듭나며 리그서 매우 좋은 활약을 펼쳤다.
우리는 앞서 스페인의 비센테 델 보스케
승리 밖에 선택지가 없는 벨기에전. 홍 감독은 과연 다시 정성룡 카드를 빼어 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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