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리) 이상철 기자] 현대축구는 정보전이다. 방대한 자료를 모아 완벽하게 분석해 치밀하게 비책을 마련한다. 2014 브라질월드컵은 이미 지난해 12월 조 추첨이 끝난 뒤부터 그 전쟁이 시작됐다.
한국도 무던히 공부를 열심히 했다. ‘학구파’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전 세계 어디보다 학구열이 뜨거운 곳이니까. 하지만 열심히 한다고 잘 하는 게 아니고, 다 안다고 실천할 수 있는 게 아니다. 23일 오전(한국시간)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리에서 한국이 그러했다. 최악이었고 절망만 안겨줬다.
↑ 홍명보 감독이 말했듯 알제리전 대패의 가장 큰 책임은 그에게 있다. 사진(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리)=김영구 기자 |
컨디션 난조라는 핑계를 대긴 어려울 듯. 주장 구자철(마인츠)은 “몸 상태는 이상이 없었다”라고 했다. 한국의 알제리전 완패에 대한 리포트를 쓴다면, 하나부터 열까지 열거해도 끝이 없을 것이다. 논문 수준이 될 지도 모른다. 그냥 ‘재앙’이었다. 그리고 치욕의 날이었다. 톱시드가 아닌 팀에게 이렇게 ‘발린 적’이 있던가.
가나와 평가전에서 드러났던 그 잠재됐던 문제가 결국 폭발한 셈이다. 중앙 수비가 ‘구멍’이 됐지만 누구 하나 잘하지 못했고 누구 하나의 잘못도 아니었다. 이럴 때는 ‘원팀’이다. 그래도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를 찾을 필요는 있다.
결정적인 패인 중 하나는 싸우기도 전부터 이미 졌다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 현대축구는 정보전이고, 그 ‘최신 정보’가 매우 중요하다.
한국은 알제리에 관한 분석을 완벽하게 하고 준비를 철저하게 했다. 알제리를 이기기 위한 ‘집중 과외’도 했다. 그게 현지시간으로 20일이었다. 베이스캠프인 포스 두 이구아수에서 가진 비공개 훈련이었다. 그런데 정작 알제리가 어떻게 나올 지에 대한 ‘업데이트’가 늦었다.
알제리는 한국전에 5명을 바꿨다. 공격진에 페굴리(발렌시아)를 제외하고 싹 바꿨다. 좌우 측면 수비수까지 새 얼굴이었다. 상당히 파격적이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예상된 변화였다. 알제리는 ‘공격 지향적’일 수밖에 없었고, 할릴호지치 감독은 줄기차게 베스트11 변화를 시사했다.
그런데 이 변화에 대해 다수 알고 있었다. 알제리 언론도 아닌 브라질 언론조차 거의 일치했다. ‘오 술’은 최전방 공격수에 슬리마니(스포르팅 리스본) 대신 수다니(디나모 자그레브)를 넣은 걸 제외하고 10명을 맞췄다.
정작 알제리와 겨뤄야 할 한국은 이 최신 정보를 뒤늦게 파악했다. 홍명보 감독은 알제리의 베스트11 변화에 대해 “당황하지 않았다. (변화가 있을 것이란 걸)충분히 알고 있었다. 다만 거기에 대해 새로운 걸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라고 말했다.
두 가지 뜻이 내포돼 있다. 하나는 알고 있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알았지만 미처 대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국은 러시아전을 마친 후 이틀 동안 휴식에만 전념했다. 그리고 경기 이틀 전에서야 맞춤형 훈련을 했다. 그 훈련 때는 알제리의 최신 정보를 접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엉뚱한’ 훈련만 한 셈이다.
↑ 알제리전 대패의 충격은 컸다. 한국은 못했고 알제리는 잘했다. 그렇지만 이렇게까지 큰 차이가 날 정도로 두 팀의 전력차가 크진 않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사진(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리)=김영구 기자 |
홍명보 감독도 분명 ‘공’을 들였을 터다. 아니 할릴호지치 감독보다 더 열심히 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 잘못을 했다. ‘판단 미스’다. 한 수를 접고 대국을 벌인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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