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한국프로야구에서 14년간 자취를 감췄던 대기록이 이방인에 의해 깨어났다. 외국인 투수 찰리 쉬렉(29‧NC 다이노스)이 노히트노런을 기록했다. ‘타고투저’ 현상이 뚜렷했던 올해. 그 가치와 의미는 낮아진 마운드에 경종을 울렸다.
찰리는 지난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원정경기서 9이닝 동안 안타 없이 탈삼진 7개를 기록하며 무실점으로 노히트노런을 달성했다. 볼넷만 3개 내줬을 뿐이었다.
↑ 지난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NC 선발 찰리 쉬렉이 LG 마지막 타자 박용택을 뜬공으로 처리해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순간 차분한 표정으로 포수 김태군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
찰리는 1회부터 10타자 연속 범타 처리에 성공하며 ‘혹시’ 했다. 4회 1사 후 오지환을 첫 볼넷으로 출루시켜 퍼펙트가 깨졌다. ‘역시’ 했다. 그런데 7회와 8회 각각 오지환과 이병규(7번)를 볼넷으로 다시 내보낸 뒤 흔들리지 않고 8회까지 노히트노런 행진을 이어갔다. ‘설마’ 했다. 9회 김용의를 범타, 박경수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닝을 거듭할수록 구위가 더 좋았다. 마지막 타자인 박용택을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낸 순간 ‘탄성’이 쏟아졌다. 찰리의 노히트노런은 그렇게 이뤄졌다.
찰리의 노히트노런의 가치는 여러 의미를 담았다. 그 가치부터 남다르다. 단지 국내 희귀 기록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올해는 외국인 타자가 득세하며 유례없는 ‘타고투저’ 시즌이 진행됐다. 선발과 마무리 할 것 없이 투수들의 무덤이 되고 있다. 9개 구단 투수 가운데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찰리만 2점대(2.99) 평균자책점을 찍었다. 9이닝 완봉승조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핸드볼 스코어가 난무했다. 야구의 질적 하락을 규탄하는 현장 목소리도 높았다. 3할 타율 이상 타자만 36명인 이상한 시즌이다. 마운드의 높이와 좁은 스트라이크존, 배트의 규제 등 투수들의 ‘기 살리기’ 대책이 거론될 정도다.
배경도 쉽지 않았다. LG는 최근 타격감이 가장 좋았던 팀이다. 특히 LG는 지난 19일 잠실구장서 5개의 홈런을 쏟아냈던 팀이다. 이후 첫 잠실 홈경기였다. 그런데도 찰리는 원정경기서 환상적인 피칭을 했다.
NC는 올 시즌 선두권을 달리고 있지만, 프로 2년차에 불과하다. 신생팀 옷을 완전히 벗지 못한 ‘아기공룡’이다. 노히트노런은 수비의 도움 없인 불가능한 기록이다. 무결점 경기를 펼친 NC의 호수비도 박자를 맞췄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
찰리는 인생경기를 한 날, 동료들을 먼저 챙겼다. 포수 김태군의 리드를 극찬했고, 내‧외야 수비수들을 치켜세웠다. 찰리는 스스로를
올해는 32년만의 팀 평균자책점 6점대, 27년만의 팀 타율 3할도 가능할 것이라는 시선이 짙다. 찰리가 쓴 노히트노런의 의미. ‘타고투저’의 현실적 대안은 결국 ‘잘 던지면 된다’라는 기본 명제를 일깨운 국내 투수들에게 던진 메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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