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승민 기자] 14년만의 노히트노런. 그 진귀한 명품경기는 온전히 마운드 위 투수의 힘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예전의 거의 모든 노히트노런 경기가 그랬듯, 24일 NC 찰리의 LG전 노히트노런 쇼에도 다이노스 수비진의 든든한 허슬플레이가 있었다.
↑ NC 우익수 이종욱은 LG 정성훈의 큼직한 파울타구를 잡아내는 호수비로 NC 찰리의 노히트노런을 도왔다.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
이어진 1사 1루서는 LG 3번 정성훈이 밀어친 타구가 큼지막한 포물선. 잠실벌 ‘8년 내집’ 경력의 NC 우익수 이종욱이 펜스앞 구석까지 힘껏 쫓아가 낚아챘다. 찰리가 LG 2번 오지환에게 첫 4구를 내줬던 4회에는 포수 김태군의 만점짜리 2루 송구가 나왔다. 모처럼의 출루를 도루로 이어가려던 오지환을 기어이 밖으로 끌어냈다.
노히트노런 경기에 따라오는 호수비 퍼레이드는 우연이 아니다. 투수가 만들어내는 ‘이유’와 야수들이 화답하는 ‘의지’의 결과물이다.
안타를 맞지 않고, 주자를 잘 내보내지 않으니, 수비 횟수가 작고, 수비시간이 짧다. 특별히 인터벌 관리를 하지 않아도 투수가 수비진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아부, ‘시테크’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셈. 그만큼 집중할 수 있는 야수들은 흐트러짐 없이 정확한 수비를 해낼 수 있다. 팀메이트의 대기록이 가까워지면, 야수들도 저마다 파이팅 게이지를 높인다. 의지가 만들어내는 적극적인 플레이가 호수비로 이어진다.
노히트노런속 호수비에 이유가 있는 것처럼, 투수들이 허덕일 때 수비진이 설상가상, 잘 안도와주는 것도 원망만하기는 힘들다. 주자가 늘어나면 수비 시간이 길어지고, 상황이 많아진다. 야수들의 집중력
투저가 계속되면, 으레 따라오는 ‘수저’. 별수 없이 24일까지 올시즌 경기당 실책은 1.44개로 지난해(경기당 1.27개)보다 12% 증가했다.
야수의 도움을 받고 싶다면, 투수들, 일단 잘 던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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