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지난 26일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의 경기를 앞둔 잠실구장.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은 낯선 선수가 있었다. 베테랑 외야수 임재철(38)이었다. 그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어렵게 잡은 기회에 대한 독기만 있었다.
임재철은 이날 조쉬벨이 2군행 통보를 받으며 1군에 올라왔다. 지난달 9일 목동 넥센 히어로즈전을 앞두고 2군으로 내려간 뒤 47일만의 1군 복귀였다. 그러나 이날 선발 라인업에 임재철의 이름은 없었다. 임재철은 경기 직전 “선발은 아닙니다”라며 짧게 말한 뒤 배트를 잡았다.
↑ 26일 잠실야구장에서 벌어진 2014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의 경기 5회 말 1사에서 LG 임재철이 유격수 앞 땅볼을 치고 1루로 전력질주 했으나 아웃되자 헬멧을 벗어 던지며 전일수 1루심에게 강하게 항의했다. 사진=김재현 기자 |
외야 선수층이 두터운 LG에서 임재철의 자리는 없었다. 주로 백업으로 나서며 기회 자체가 거의 없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23경기서 타율 1할8푼8리를 기록했다. 1군보다 2군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졌다.
임재철은 “1군은 천국이다. 2군은 정말 힘들다. 체중이 2kg 줄었는데 스트레스로 준 것 같다”고 씁쓸하게 웃었다. 이어 “시즌 초반 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았다”며 자책했다. 임재철은 노력파로 불린다. “난 언제나 그랬듯 잡초인생이다. 이번에도 기회를 노리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기회가 찾아왔다. NC전 3회 중견수 박용택이 수비 도중 허리 통증을 호소해 4회 수비 때 임재철로 교체됐다. 그리고 1-0인 5회 첫 타석에 임재철이 들어섰다. 1사 2루 득점권 찬스였다. 임재철은 NC 선발 이성민을 상대로 유격수 앞 땅볼을 쳤다. 임재철은 전력질주로 1루 베이스를 밟고 지나갔다. 공보다 빨랐다. 세이프를 직감하고 두 팔로 세이프 동작을 취했다. 그러나 1루심 판정은 아웃이었다.
명백한 오심. 임재철은 헬멧을 그라운드에 집어던지고 거칠게 항의했다. 김민호 1루 주루코치가 말렸다. 판정 번복은 없었다. 임재철은 쉽게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양상문 감독이 직접 더그아웃 밖으로 나와 임재철을 위로했다.
이날 임재철은 2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그러나 임재철의 투지와 오심을 향한 분노의 항의는
베테랑의 존재는 단지 수치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 양상문 감독이 원했던 독한 야구. 임재철이 그 가치를 입증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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