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창과 방패의 대결이었는데 오렌지군단이 이토록 고전할 줄 알았을까. 이름값과 전력에서 앞서는 네덜란드의 우세가 점쳐졌지만 ‘돌풍의 팀’ 코스타리카는 ‘약체’가 아니었다. 조직적인 수비는 꽤나 단단했다. 다른 8경 경기와 마찬가지로 1골 싸움이 예상됐다. 그런데 그 1골을 넣기가 참으로 힘들었다.
네덜란드-코스타리카전에 앞서 치러진 3경기는 선제골을 넣은 팀이 모두 이겼다. 그리고 그 첫 골도 참 빨리 터졌다. 브라질(전반 7분), 아르헨티나(전반 8분), 독일(전반 13분)은 전반 15분 안으로 선제골을 터뜨리고 승기를 잡았다.
자연스레 네덜란드-코스타리카전도 이른 시간 안에 골이 터질까에 관심이 모아졌다. 그리고 그 확률은 네덜란드가 더 높았다. 네덜란드는 16강까지 12골을 터뜨렸다. 경기당 평균 3골로 최다 득점 1위다. 2실점만 기록한 코스타리카의 방패가 네덜란드의 예리한 창을 막아내기엔 버거울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네덜란드의 대승을 전망한 이도 적지 않았다.
↑ 네덜란드는 무득점에 그쳤지만 코스타리카의 돌풍을 잠재우고 월드컵 준결승에 진출했다. 사진(브라질 사우바도르)=AFPBBNews = News1 |
전반 20분까지 페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패스를 집어넣지도 못했다. 전반 중반 이후 네덜란드가 빠른 역습으로 코스타리카의 수비를 두들겼으나 골키퍼 나바스(레반테)를 뚫지 못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초조한 건 네덜란드였다. 골이 안 터지니 답답해했다. 개인 기량으로 활로를 찾고자 했지만 코스타리카의 집중력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네덜란드는 후반 35분 이후 무섭게 코스타리카를 몰아붙였지만 그 어느 슈팅도 골망을 흔들지 못했다.
균형은 흔들리지 않고 팽팽했다. 모두의 예상을 깬 경기 양상이었다. ‘원팀’으로 잘 다듬어진 코스타리카의 조직력이 빚어낸 살얼음판 승부였다. 더욱이 행운까지 코스타리카의 편이었다.
후반 37분 스네이더(갈라타사라이)의 프리킥 슈팅이 왼 골포스트를 강타하더니 후반 47분 반 페르시(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슈팅은 테헤다(데포르티보 사프리사)의 몸을 맞고 크로스바를 맞혔다. 네덜란드에겐 불운이었다.
네덜란드의 원사이드 게임은 연장 들어 더욱 두드러졌다. 네덜란드는 로벤의 돌파로 활로를 찾고자 했으나 뭔가 이상하게 꼬여버린 경기는 그들의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연장 전,후반 포함 30여분의 시간 동안 네덜란드는 앞의 90분과 마찬가지로 침묵했다. 이번 대회 첫 무득점 경기.
연장 후반 14분 스네이더의
네덜란드가 끝내 준결승에 올랐지만 힘겨운 싸움이었다. 1골 싸움, 그러나 네덜란드는 1골을 넣지 못하고도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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