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윤지 인턴기자] 맥주와 야구장은 뗄 수 없는 관계다. 관중들은 신나면 신나는 대로, 답답하면 답답한 대로 맥주 한 잔에 마음을 담는다. '맥주 보이'는 이런 관중들을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어 다닌다. 대부분 청년 아르바이트생인 이들은 무더운 여름 무려 15kg에 이르는 맥주통을 둘러메고 관중석을 누빈다.
2주차 새내기 맥주보이 이인송(19·대학생) 군도 이들 중 한명이다. 지난 1일 잠실구장, 한화 이글스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리기 직전 관중들의 주문에 따라 이리저리 바쁘게 옮겨 다니는 이 군을 만났다.
평소 야구라면 사족을 못쓰는 이 군은 친 형으로부터 이 일을 추천받은 뒤 덩실덩실 춤을 출 만큼 기뻤다고 한다. 경기 시작 40분 전부터 7회말까지 맥주통을 지고 관중석 곳곳을 돌아다니는 일이 힘든 것이 사실이지만, 적어도 이 군에게는 야구팬으로서 최고의 아르바이트 자리이자 보람까지 얻을 수 있는 일이다.
↑ 잠실구장의 "맥주보이" 이인송(19) 군은 15kg에 달하는 맥주통을 메고 관중석 이곳저곳을 누빈다. |
그러면서 “첫째로는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 둘째로는 이 일을 버틸 수 있는 체력을 가진 사람, 그리고 많은 사람들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잘 웃는 사람이라면 이 일이 잘 맞을 것이다”라고 맥주보이 일을 추천해준다.
복잡한 야구장에서 응원하는 일반 관중과 맥주를 사려는 관중을 구분해내는 ‘선구안’은 있을까. 아직 2주차 새내기. 응원하느라 손을 든 관중을 보고 맥주 콜을 하기 위해 손을 든 줄 알고 다가갔다가 민망했던 일도 있다. 그 이후로는 한 번 더 살핀 후에 그쪽으로 향한다.
이인송 군은 소비자들을 위해 위생에도 철저히 신경 쓰고 있다. 일이 끝나면 호스 끝부분을 항상 씻어 청결을 유지하는 것은 필수이고, 경기 중에도 새로운 세트를 받으러 갈 때마다 깨끗하게 씻어 관리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똑 같은 양의 맥주를 나누어 주는 것은 '맥주 보이' 아르바이트의 생명. “맥주 특성상 첫 부분과 끝부분에 거품이 많이 나온다. 그래서 거품을 많이 받으시는 분들께는 거품이 가라앉은 후 그 거품의 양만큼 맥주를 다시 채워드리고 있다.”
올 시즌 프로야구의 빈번한 난타전과 맞물려 맥주가 더 많이 팔린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은 없냐는 물음에는 “이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예년과 비교할 수는 없으나, 점수가 많이 날 때 더 많은 사람들이 맥주를 찾는 것은 맞다. 그래서 점수를 많이 내준 팀 쪽으로 일부러 찾아가 돌아다니기도 한다”고 2주차 답지 않은 상술(?)을 은근히 자랑한다.
짧은 인터뷰를 마치며 또 다시 관중들 속으로 돌아가려는 인송 군에게 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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