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2014 브라질월드컵에 참가했던 홍명보호에서 가장 온도차가 뜨거웠던 포지션은 골키퍼다. ‘No.1’ 정성룡(수원)은 체면을 구겼고, ‘No.2’ 김승규(울산)는 대세남으로 떠올랐다.
차가운 정성룡과 뜨거운 김승규, 극과 극인 두 골키퍼의 이른 만남이 펼쳐질 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수원과 울산은 오는 9일 오후 7시30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K리그 클래식 14라운드를 갖는다. 정성룡과 김승규가 선발 출전할 경우, 브라질월드컵 이후 첫 대결을 벌인다. 이번 라운드 최고의 빅카드다.
통산 맞대결에선 김승규의 압승이다. 역대 K리그에서 둘이 문지기 대결을 벌인 건 총 8번. 2011년 준플레이오프에서 첫 대결을 펼쳐 승부차기 승리를 견인한 김승규는 이후 4승 3무 1패로 정성룡의 수원에 강했다. 김승규가 고개를 숙인 건 2012년 5월 2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가졌던 경기(울산 1-2 패)가 유일했다.
↑ 김승규는 2014시즌 K리그 클래식 13경기에 출전해 9실점을 기록했다. 2014 브라질월드컵을 마치고 돌아와 치른 첫 경기였던 지난 6일 성남전에서 판타스틱 세이브 행진을 펼쳤다. 사진=옥영화 기자 |
어쩌면 너무 이른 만남이 될 수 있는데, 그 대결이 성사될 지는 정성룡의 출전 여부에 달렸다. 김승규는 K리그 클래식 재개와 함께 울산의 골문을 든든히 지키고 있다. 지난 6일 성남전에서 신들린 선방쇼를 펼치며 축구팬의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하지만 정성룡은 ‘휴식’ 모드다. 지난 5일 경남전 18명의 출전 선수 명단에서 빠졌다. “소속팀 복귀 이후 운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서정원 감독의 배려가 깔려있다. 브라질월드컵을 마친 뒤 정신적으로 힘든 정성룡이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운동을 한 뒤 경기에 뛰게 하겠다는 의사다.
울산전은 경남전을 치르고 4일 만에 갖는다. 4일은 충분할 수도 아닐 수도 있는 시간이다. 또한, 노동건의 성장도 서정원 감독의 결단을 서두르게 만들지 않을 수 있다. 노동건은 경남전에서 무실점을 기록했다.
그렇지만 정성룡과 김승규는 이번에 반드시 만나야 한다. 이번 경기가 아니면 둘이 올해 안으로 맞붙을 기회가 사실상 없다.
K리그 클래식은 팀당 3번씩 대결(33라운드)한 뒤 상,하위 스플릿(5라운드)을 치러 최종 순위를 가린다. 수원과 울산이 상위 그룹 혹은 하위 그룹에 함께 속하지 않을 경우, 오는 9월 10일이 시즌 마지막 대결이다. FA컵에서는 수원의 조기 탈락으로 정성룡과 김승규의 대결이 펼쳐지지 않는다.
9월 10일 K리그 클래식 경기가 있지만 변수는 2014 인천아시안게임이다. 28년 만에 금메달 사냥을 노리는 이광종 감독은 월드컵대표 23명 가운데 3명을 와일드카드로 선발하겠다는 의중을 밝혔다. 역대 대표팀과 비교해 골키퍼 포지션이 취약한 터라, 김승규의 선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2002 부산아시안게임에서도 이운재가 와일드카드로 뽑힌 적이 있다.
↑ 정성룡은 2014시즌 K리그 클래식 12경기에 출전해 12실점을 기록했다. 2014 브라질월드컵을 마치고 소속팀에 돌아왔지만 지난 5일 경남전에 결장했다. 사진=MK스포츠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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