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승민 전문기자] 스물세살, 이 무대에 데뷔할 때부터 별이었다. 아마무대서 이미 ‘국대 4번’인 채로 건너왔고, 첫해 20홈런을 넘기면서 베어스 타선의 간판이 됐다.
그로부터 17년, 두산 김동주(38)는 한순간도 ‘톱스타’가 아니었던 적이 없다. 2014시즌 7월, 바로 오늘의 모습이 가장 ‘작다’.
“반드시 1군 무대에 복귀해야죠.” 천하의 김동주는 지금 ‘1군’이 목표다.
↑ 2,000안타? 300홈런? 가시권의 그 어떤 통산기록도 목표가 아니다. 김동주는 선수생활의 당당한 마지막 모습을 꿈꾼다. 사진(이천)=옥영화 기자 |
“가장 힘들었던 때는 2006년 WBC 예선에서 어깨 다쳤을 때죠. 의사가 절단 이하로 가장 많이 다친 거라고 해서 다시 운동 못할까봐 암담했었고...”
어깨와 함께 그의 커리어도 크게 다쳤던 순간이다. 김동주는 그 부상으로 2006시즌 예정됐던 FA자격을 채우지 못했고, 그 1년의 딜레이는 딱히 보상받을 길 없이 김동주의 이후 모든 선택과 상황만 달라졌다.
그때보다 오늘의 ‘절박함’이 덜 힘든 이유, 몸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야구선수로서 지금 기량과 컨디션에 자신이 있어요. 뛸 수 있는 준비가 돼있기 때문에 희망이 있고, 기회가 반드시 올 거라고 믿습니다.”
그 기회를 두산에서 얻기 힘든 현실은 아픔이다. 두산이 그리는 그림 속에 그의 자리가 없음을 받아들이는 일은 못내 어려웠다. 바로 오늘, 바로 내일 불려가리라는 믿음 속에 2군에서 노력했던 김동주가 결국 ‘두산에서 힘들겠다’고 생각하게 된 건 6월 중순이 넘어서다. 이제 파이팅에도 한계가 있음을 느낀다.
시즌초 송일수 감독과 면담했을 때 “반드시 기회를 줄 것”이라고 들었다. 그러나 그가 펄펄 날 때에도, 팀이 어려울 때에도 김동주는 선택되지 않았다.
“결국 약속을 지켜주시지 못하는 이유가 있겠죠.”
구단과의 불화가 구설수에 올랐다. 김동주는 부인한다.
“구단이 원하는 야구에 제가 더 이상 맞지 않는다는 얘기겠죠.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제가 필요한 다른 야구도 반드시 있을 거에요. 기회를 도와달라고 말하겠습니다.” 그 정도는 말할 수 있다. 그는 “두산에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하는 17년 베어스 스타다.
황병일 두산 퓨처스 감독은 “김동주가 후배들을 챙기면서 모범적으로 2군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해준다. “오랜 기간 톱스타로서 늘 자기중심으로 생각하는 데 익숙했다가, 여기에서 다른 시각, 다른 자세를 많이 배우고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솔직히 예전에는 어떤 플레이를 할 때, 어떤 상황에 닥쳤을 때, 저 자신 외엔 떠오르지 않았어요. 지금은 후배들, 팀, 감독님, 코치님, 그리고 ‘관계’에 대해 많이 생각합니다.”
그렇게 김동주는 변했다. 그를 차마 ‘형님’이라고 부르지도 못하는 어린 2군의 후배들에게서 김동주는 새삼 강한 힘과 의지를 배운다.
“정말 작은 희망과 정말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정말 건강하게 노력하는 친구들이더라구요.”
두산 2군의 팀메이트들을 김동주는 참 좋아한다. 화끈한 성격과 퉁명스러운 고집으로 오래오래 유명했던 스타는 그렇게 조금 부드러워져있다.
↑ 두산팬들은 요즘 이천구장 퓨처스리그 경기와 잠실구장 두산경기 관중석에 김동주 유니폼과 ‘우리는 두목곰을 원한다’는 플래카드 등으로 그의 복귀를 기원하는 응원을 펼치고 있다. 지난 6일 삼성전이 열렸던 잠실구장 외야석. 사진(잠실)=천정환 기자 |
김동주는 “팬들과 가족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복귀해야 한다”고 의지를 다진다. 두산이 아니어도 될까.
“팬들에게 보여줘야 할 건 어느 유니폼을 입었든 당당하게 선수생활의 마지막을 뛰는 김동주죠. 팬들은 2군에서 떠밀려 은퇴하는 두산 김동주를 보고 싶은 게 아니니까요.”
17년전 만났던 패기의 신인 김동주는 선수생활의 기간에는 큰 관심도, 별다른 계획도 없었다. 다만 “반드시 강타자의 모습으로 은퇴하겠다”고
아무도 부정할 수 없는 한가지, 그는 한국야구가 가졌던 손꼽히는 재능이다.
누군가의 희망이었고, 누군가의 목표였고, 누군가의 애증이었던 시간을 지나 이제 누군가의 기억으로 박제되기 전에... 김동주는 다시 한번 그라운드를 뛰고 싶다. 이 길의 처음에서 결심했던 마지막 모습을 완성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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