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전반기 점수요? 50점 정도?”
우규민(29‧LG 트윈스)이 매긴 2014 프로야구 전반기 우규민의 성적표다. 풀타임 선발 두 번째 시즌. 우규민은 스스로 만족하지 못했다. 대신 내일이 있었다.
우규민은 올 시즌 힘겹다. 풀타임 첫 해였던 지난 시즌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30경기서 147⅓이닝을 소화하며 10승(8패) 평균자책점 3.91을 기록했다. 팀 성적도 좋았다. 11년 만에 가을야구를 경험했다. 우규민도 당당히 선발진의 한 몫을 했다.
↑ LG 트윈스 사이드암 우규민이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며 미소 짓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올 시즌 우규민의 성적은 지난해보다 조금 떨어졌다. 전반기 17경기서 5승4패 평균자책점 4.69를 기록 중이다. 올스타 휴식기 이후 후반기를 준비한다. 그는 전반기 자신의 점수를 50점밖에 주지 않았다. “올해는 어깨와 팔꿈치 모두 아픈데 없이 준비가 잘됐다. 몸 상태가 괜찮다. 그래도 50점이다. 팀이 하위권에 있으니까….”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전반기 기복이 심했다. 홀수 달은 잘 던졌고 짝수 달은 못 던졌다. 그는 “별로 신경을 안 써서 몰랐는데 홀수 달이 좋더라. 그런 건 아쉽다”면서 “(장)원삼이 형처럼 홀수 달이 좋은 건가?”라고 멋쩍게 웃었다. 이어 “난 한참 부족하다. 더 노력해 8월도 집중해 잘 던지고 싶다”고 나지막이 말했다.
우규민은 최근 안정감을 찾았다. 상승세다. 양상문 감독도 인정한 부분. 다양한 팔 각도로 타자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하체 밸런스가 잡히면서 릴리스 포인트도 일정하게 잡혔다. 그는 “손의 감각이 좋은 것이 내 장점인 것 같다”고 이유를 들었다.
우규민은 지난해 경험이 올해의 자산이 되고 있다. 로테이션에 합류하면서 몸과 체력, 컨디션 관리 요령을 익혔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확실히 늘긴 했다”고 했다. 그러나 마냥 몸을 사리진 않는다. 팀 성적 때문에 웬만한 부상은 참고 던져야 한다. 지난 9일 잠실 두산전에서도 커브를 던지다 오른 엄지손톱이 들렸지만 테이핑을 하고 직구 위주의 피칭으로 버텼다. 덕분에 LG는 연장전 승리로 연패를 끊었다.
이날 우규민의 활짝 웃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올 시즌 들어 가장 밝은 표정이었다. 감탄사와 만세를 부르기도 했다. 새 외국인 타자 브래드 스나이더의 호수비에 대한 솔직한 감정이었다. “양 손을 들고 좋아하긴 처음이었던 것 같다. 스나이더는 한국 온지 얼마 되지도 않은 선수인데 그런 수비를 해서 정말 고마웠다. 보통 용병들은 안 다치려고 몸을 사린다. 당연히 믿음이 생길 수밖에 없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그렇게 좋아했나 보다.”
우규민은 휴식기에도 마냥 쉬지 않을 계획이다. 감각 유지를 위해 코칭스태프에 3군 경기를 나가겠다고 자청했다. 3~4이닝 정도 던질 계획. 또 새로운 구종이라도 만드는 것일까. 그는 “포크볼은 내년”이라며 웃은 뒤 “타자도 투수를 상대하기 위해 연구하니까 당연히 투수도 안 잡히려면 계속 연구하고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팔 각도에 변화를 주며 템포를 조절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우규민은 후반기 반전을 꿈꿨다. “마음 같아선 70점을 더해 후반기 120점짜리 활약을 하고 싶다.” 솔직했고 이유도 분명했다. “전반기엔 투‧타 밸런스가 엇갈렸다. 새 외국인 타자가 왔고 투수들도
우규민에게 오늘은 내일을 위한 날이었다. 그래서 준비가 철저하다. 마운드 위에선 유독 진지하고 독한 표정이 나온다. 더 강해지기 위해서다. 그의 올 여름 구상은 벌써 잡혀있다. 더 집중하면서 빠른 템포로 피칭하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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