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홍명보 감독이 지난 10일 사퇴했지만 그를 향한 비판은 좀처럼 줄어들 줄 모른다. 오히려 양파 껍질처럼 벗기고 벗겨도 논란은 증폭됐다. 사태도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영웅의 추락이다. 2년 전 올림픽 동메달과 함께 잠시 쉼표를 찍고 떠났을 때와는 사뭇 다르다. ‘민심’을 잃었다. 축구팬은 이제 홍명보 감독을 가리켜 역대 최악의 감독이라고 쏘아붙였다. 무수히 많은 지도자가 좌절하고 실패했으나 홍명보 감독의 ‘클래스’에 범접하지 못한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홍명보 감독은 억울할 법도 하다. 성공가도를 달려왔던 홍명보 감독은 딱 한 번 실패했다. 또한, 대한축구협회의 조직적 한계와 잦은 감독 교체에 따른 내상으로 브라질월드컵에서 성공을 바라긴 현실적으로 무리였다는 지적도 있다. 인재도 문제지만, 시스템이 더 큰 문제였다는 것이다.
↑ 홍명보 감독은 축구팬 사이에서 역대 최악의 감독으로 평가되고 있다. 단순히 2014 브라질월드컵 성적 부진 때문이 아니다. 마지막 떠나는 모습마저 아름답지 못했던 그가 자초한 일이다. 사진=옥영화 기자 |
박수칠 때 떠날 수는 없었다. 그래도 최대한 박수를 받을 수는 있었다. 떠나는 모습이 아름다워야 했다. 하지만 독하게 말해 추악했다. 홍명보 감독은 사퇴 기자회견에서 마지막 자리라는 걸 강조하면서 “그 동안 궁금했던 걸 편안하게 질문해 달라”고 했다. 하지만 그의 대답과 행동은 편하지 않았다. 불편했다.
지극히 사적인 일인 토지 매입 논란은 예외로 치자. 그렇다 해도 홍명보 감독은 도를 넘어섰다. 월드컵 예선을 거치지 않으면서 1년의 부족한 시간 동안 선수 선발 과정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토로하면서 선수들의 ‘등급’을 매겼다. 능력 있는 A급 K리거도 유럽에서는 B급 선수가 된다고 했다.
기량이 앞서나 경기에 못 뛰는 유럽파와 기량이 뒤지나 경기에 뛰는 K리거를 비교하면서 팀을 구성하는데 고충이 컸다는 걸 이야기하면서,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이다. 스스로 K리거를 ‘B급 선수’로 만들어 버렸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프다던 제자들을 그렇게 만들었다.
실상 이 문제는 홍명보 감독의 고민은 아니었다. 전임 최강희 감독, 조광래 감독도 그러했다. 때문에 ‘유럽파 편애’와 함께 대표팀 내분이 일어나기도 했다. 홍명보 감독의 말처럼 이 문제는 한국축구가 풀어가야 할 중요한 고민이다. 하지만 이를 ‘B급 선수’를 운운한 그의 ‘가벼운 말’은 분명 문제가 심각했다.
또한, 홍명보 감독은 ‘양치기 소년’이 됐다. 뻔히 드러날 일인데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했다.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3경기를 마치고 베이스캠프인 포스 두 이구아수로 돌아온 뒤 회식이 논란이 됐다. 단순한 뒷풀이가 아니라 술을 마시고 여성과 춤을 췄다. 한국에서는 피가 끓고 있는데 브라질에서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홍명보 감독은 “이구아수 폭포에 가자고 했는데 선수들이 더 이상 내게 짐을 주기 싫다고 해 가지 않았다. 대신 회식을 했다. 시기적절하지 않았으나 슬픔에 빠진 선수들을 위로하고 싶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말도 ‘뻥’이었다. 포스 두 이구아수의 페이스북에는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단이 이구아수 폭포를 방문한 사진이 게재됐다. 증거자료가 명확했다. 기억이 안 났을 리는 없을 것이다. 2주도 안 된 일이다. 금방 들통이 날 일이건만 ‘모르쇠’를 넘어 ‘거짓말’을 했다. 그건 제자들을 지켜주는 게 아니다.
능력 부족을 넘어서 도덕성 부족이다. 축구 외적으로 비판 받아선 안 된다고 뭐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은 국가대표팀 감독이다. 각급 연령별 대표팀 감독 가운데 가장 위다. 또한, 공인이다. 현대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인 도덕성인데 국가대표팀 감독으로서 청렴결백하지는 못할망정, 논란을 야기했고
홍명보 감독은 “축구로 얻은 명예, 축구로 잃어도 괜찮다”라고 전했다. 이는 명예 실추가 아니다. 그냥 최악이다. 역대급 최악의 감독으로 최악의 뒷모습을 보였다. 한국축구 역사에 길이 남을 불명예 퇴진이다. 단순히 실망한 축구팬의 치기가 아니라 홍명보 감독이 자초한 ‘잘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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