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변방의 힘은 미약했다. 코스타리카가 돌풍을 일으켰고 미국과 알제리가 선전했지만 결과적으로 비주류는 주류를 넘지 못했다.
2014 브라질월드컵의 이변은 있었다. 무적함대 스페인과 축구종가 잉글랜드, 빗장수비 이탈리아, 호날두의 포르투갈이 조별리그 탈락했다. 2006 독일월드컵 우승팀(이탈리아)과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우승팀(스페인)의 조기 탈락은 분명 충격이었다.
하지만 ‘대세’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통산 20번째 월드컵 우승팀은 ‘새 얼굴’이 아니었다. 지금껏 그 달콤함을 누려왔던 나라들이 우승 각축을 벌였다. 또한, 그 우승으로 가는 길도 아무나 가지 못했다. 전통의 강호에게만 ‘통행권’이 허가됐다.
↑ 돌풍은 여기저기서 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세기는 약해졌다. 결국 그 나물에 그 밥이었다. 사진(브라질 사우바도르)=ⓒAFPBBNews = News1 |
그 익숙함은 브라질에서 계속됐다. 16강에서 각 조 1위 팀이 모두 승리했고 8강에서도 이길 것이라고 예상한 팀이 다 이겼다. 2002 한일월드컵의 한국, 터키를 마지막으로 ‘빅4’에 끼어든 변방은 없었다.
‘카르텔’은 단단했다. 강팀이 약팀에 발목 잡히는 수난은 조별리그로 충분했다. 본격적인 우승레이스부터는 봐주기란 없었다.
변방이 비집고 들어갈 틈은 더욱 좁았다. 남미와 유럽의 양강 구도는 흔들림이 없었다. 제3대륙인 북중미, 아프리카, 아시아는 8강에 1개 팀만 내보냈다. 이마저도 유럽의 그리스를 16강에서 승부차기 끝에 힘겹게 꺾어서였다.
분명 선전은 했다. 특히, 코스타리카를 비롯해 미국, 멕시코 등을 앞세운 북중미는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준결승의 벽은 여전히 높았다.
아프리카도 알제리와 나이지리아가 16강에 올랐으나 그게 다였다. 카메룬은 아프리카의 명예를 실추시켰고, 코트디부아르와 가나는 기대에 걸맞지 않은 성적표를 받았다.
아시아는 더 최악이었다. 3무 9패로 1승도 올리지 못했다. 본선에 1팀도 나가지 못한 오세아니아를 제외하고 각 대륙에서 무승이 나온 건 아시아가 유일했다. 또한, 각 조 최하위였다. 말 그대로 승점 제조기였다. 아시아가 1승도 기록하지 못한 건 1990 이탈리아월드컵 이후 24년 만이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에게도 역대 최악의 월드컵이었다.
첫 출전국의 부진도 눈에 띈다. 그 동안 첫 출전국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돌풍을 일으켰다. 가장 대표적인 게 1998 프랑스월드컵에서 3위를 차지한 크로아티아였다.
세네갈과 우크라이나
그러나 첫 출전국 돌풍은 사라졌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가 대표주자로 나섰지만 1승 2패로 조별리그 탈락했다. 이란을 제물로 첫 승을 거둔 것에 만족해야 했다.
[rok1954@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