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미라클 LG’는 가능할까.
올 시즌 초반 LG 트윈스는 ‘최악’이었다. 지난해 11년 만에 가을야구로 들떴던 LG는 그 이상을 꿈꿨다. 그러나 날개 없는 추락. 감동의 드라마를 연출했던 김기태 감독은 시즌 초반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놓고 떠났다. 팀을 위한 선택. 시즌 걸음마를 떼자마자 양상문 감독 체제로 돌아선 LG. 또 한 번의 반전이 꿈틀댔다. LG는 거짓말처럼 기적의 날갯짓을 시작했다.
최하위에 눌러앉았던 LG가 전반기를 7위로 마쳤다. 35승44패1무로 5할 승률까지 –9를 남겼다. 남은 48경기. 아직 갈 길은 멀고 험난하다. 그러나 포기 대신 희망을 쓰며 전반기를 마쳤다. 4위 롯데 자이언츠와는 5.5경기차. 해볼 만한 격차다.
↑ LG 트윈스가 전반기를 웃으며 마쳤다. 후반기 반전 드라마를 쓸 수 있을까. 사진=천정환 기자 |
LG는 전반기 막판 신바람을 탔다. 지난해 그림이 나오기 시작한 것. 투‧타 밸런스를 잡으며 안정감을 찾더니 자신감이 급상승됐다. 쉽게 지지 않았고 많이 이겼다. 시즌 초반 까먹은 승수 쌓기에 나서 전반기 마지막 12경기서 9승3패를 기록했다.
반등을 위한 조짐의 신호는 곳곳에 있었다. 선발과 불펜, 상‧하위 타선이 균형을 잡았다. 베테랑과 중간, 젊은 선수들이 합을 맞췄다. 주전과 백업도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다. 마지막 삼성과의 2연전은 LG의 저력을 보여준 결정체였다.
주장 이진영은 “우여곡절 많은 전반기”로 정리했다. 그는 “꼴등으로 시작해 7위로 두 계단 올라섰다. 어려운 순간을 잘 극복해 안정감을 찾았다. 똘똘 뭉쳐 계기를 마련해준 선수들에게 감사하다”며 “후반기에 우리에게도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이진영은 높은 목표에 대한 욕심 대신 한 경기에 집중했다. 그는 “감독님 말씀처럼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는 것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라며 “욕심은 없다. LG에 필요한 것은 포기를 하지 않는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이진영은 전반기 마지막 삼성전에서 프로야구 통산 21번째로 2500루타를 달성했다. 의미 있는 기록. 그러나 그는 “야구 오래해서 나온 기록일 뿐이다. 의미는 없다. 내가 팀에 도움이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LG 선수들의 마음가짐이 이렇다. 전반기 마지막 삼성전에서 프로야구 역대 6번째 삼중도루를 일궈낸 사실상 시즌 두 번째 홈스틸의 주인공 박경수도 팀을 위해 뛰었다. 박경수는 “비슷한 성적에도 2년 전과는 180도 달라졌다. 팀 분위기가 정말 좋다”며 “주장 진영이 형을 비롯해 고참들이 잘 이끌어주고 우리 같은 중간들과 후배들이 잘 따르고 있다. 팀워크가 정말 좋아지면서 자신 있는 플레이를 하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전반기 마지막 팀 승리를 이끈 정성훈도 “전반기 마지막 경기를 잘 마무리해 기분이 좋다. 후반기에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든 것 같다”며 웃었고, 잠실 홈에서 첫 승을 따낸 류제국도 야수들과 뒤를 받쳐준 유원상에게 공을 돌리며 “전반기에 구위와 제구력이 점점 좋아진 만큼 후반기에 더 잘 던질 수 있을 것 같다”고 희망찬가를 불렀다.
양상문 감독은 LG 부임 당시 “4강 전력의 팀”이라고 확신했다. 대신 느리게 걸어 한 계단씩 오르겠다고 했다. ‘독한 야구’의 약속을 지켰다. 전반기 최대 성과도 “LG는 허접하지 않은 상대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쉽게 무너지지 않고 포기하지 않는 팀이 됐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양 감독은 최근 4강 가능성을 묻는
LG엔 이런 선수들이 없다. 그러나 LG는 최강 선발진 대신 반등을 위한 각오로 뭉친 팀 야구로 기적을 쓰기 시작했다. 후반기 LG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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