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애너하임) 김재호 특파원] “이건 내가 아니다.”
펠릭스 에르난데스가 실망한 것은 승리투수가 되지 못해서가 아니었다. 볼넷을 두 타자 연속, 그것도 두 번이나 그렇게 허용했다는 사실에 실망했다.
에르난데스는 2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의 엔젤스타디움에서 열린 LA에인절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 펠릭스 에르난데스가 2타자 연속 볼넷을 내준 것에 아쉬움을 표했다. 사진(美 애너하임)= 조미예 특파원 |
에르난데스는 4회 호위 켄드릭, 데이빗 프리즈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한데 이어 7회 알버트 푸홀스, 조시 해밀턴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며 시즌 최다인 4볼넷을 기록했다.
그는 경기 후 클럽하우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내 잘못이다”라며 가슴을 쳤다. “두 명을 연달아 볼넷으로 내보냈다. 언제 이랬는지 기억도 안 난다. 이건 나의 투구가 아니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네 번의 볼넷 중에서도 7회 알버트 푸홀스와의 승부를 가장 어려웠던 승부로 꼽았다. “모든 구종을 다 던졌지만, 통하지 않았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잔디를 뽑아서 푸홀스에게 던져버릴 것이다. 그는 정말 위대한 타자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그가 아쉬움을 떨치지 못한 이유는 하나 더 있었다. “오늘 아홉 살이 되는 딸에게 승리를 약속했는데 이것을 못 지켰다. 경기 후에 계속 딸에게 미안하다는 말만 했다”며 등판 후에 있었던 일을 소개했다.
선수 자신은 자책했지만, 감독과 선수들은 그의 호투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로이드 맥클렌던 시애틀 감독은 “펠릭스가 경기 후에 볼넷 두 개를 연달아 두 개 준 것은 내 잘못이라며 앞으로 10년간 이런 실수는 하지 않겠다고 하더라”라며 “나는 그처럼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준 투수를 본 적이 없다”고 웃었다.
12회 1타점 적시타를 터트린 저스틴 스목도 “오늘도 펠릭스의 모습은 변함이 없었다. 그는 늘 의심할 여지없이 우리에게 승리할 기회를 주는 투수”라며 동료에 대한 칭찬을
이날 투구로 에르난데스는 12경기 연속 이닝 이상, 2실점 이하 기록을 세우며 1907년 치프 벤더(필라델피아 어슬레틱스)와 타이를 이뤘다. 메이저리그 전체 역사로는 벤더를 비롯해 드와잇 구든, 마이크 스캇, 퍼디 셥 등이 12경기 연속 기록을 갖고 있으며, 최다 기록은 톰 시버가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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