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류현진(27·LA다저스)이 완전체 투수로 거듭나고 있다. 일반적으로 능통하기 어렵다는 슬라이더와 커브의 숙련도가 점점 높아지는 모습을 선보이며 팔색조 투구를 펼치고 있다.
류현진은 22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의 PNC파크에서 열린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원정경기에서 선발 등판해 7이닝 5피안타 5탈삼진 1볼넷 2실점을 기록, 팀의 5-2 승리를 이끌며 11승(5패)째를 거뒀다.
커브와 슬라이더의 활용이 돋보였다. 경기 초반 삼진을 잡는 결정구는 슬라이더를 적극 활용했다. 삼진 5개 중 3개를 슬라이더로 뺐었다. 이후에는 커브로 타이밍을 뺏고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가져가거나 범타를 유도하는 등, 능수능란하게 썼다. 커브를 19개나 던지며 적극 활용했다.
↑ 류현진이 점점 진화하고 있다. 사진(美 피츠버그)=조미예 특파원 |
투수들의 설명은 공을 던지는 방식부터 애초에 다르다는 것이다. 선동열 KIA 타이거즈 감독은 “나는 현역 시절 직구와 슬라이더의 투피치 투수였다. 특히 커브를 잘 던지는 것이 어렵다. 일반적으로 슬라이더와 커브를 잘 던지는 것이 매우 어렵다, 공을 던지는 방식의 출발부터 다르기 때문”이라면서 “스트라이크 궤적을 통과하면서 공 몇 개가 빠지는 볼로 커브를 제구하는 것은 매우 섬세한 컨트롤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현역 최고의 커브볼러로 꼽히는 윤성환 역시 커브나 슬라이더 한 쪽의 숙련도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한 쪽을 끌어올리기 힘들다는 언급을 한다. 다른 투수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류현진의 팔색조 투구는 어떻게 가능할까.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주로 직구 위주의 투구에 체인지업을 유인구와 결정구로 쓰던 투수였다. 거기에 슬라이더를 제 3의 구종으로 주로 사용했다. 하지만 원래 동산고 시절 류현진은 직구+커브 위주에 슬라이더를 던지던 투수였다. 프로에 와서 구대성에게 배운 체인지업은 이후 류현진을 대표하는 구종이 됐다.
메이저리그 진출 첫해였던 지난해도 류현진의 체인지업은 맹위를 떨쳤다. 메이저리그 통계사이트 ‘팬그래프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류현진의 체인지업의 구종가치는 20.1을 기록했다. 이는 콜 해멀스(필라델피아)에 이은 메이저리그 전체 2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한국을 평정했던 체인지업이 메이저리그에서도 최정상급의 경쟁력를 자랑했던 셈이다.
‘팬그래프닷컴’의 자료를 추가로 인용하면 류현진은 지난해 53.6%의 패스트볼(각종 메이저리그 관련 사이트에서 투심패스트볼로 집계되는 류현진의 공은 실제로 포심패스트볼로 알려져있다)과 14%의 슬라이더, 9.6%의 커브, 22.4%의 체인지업을 사용했다.
올해는 체인지업의 비중이 줄어들고 슬라이더의 비중이 소폭 올랐으며 커브를 더 많이 던지기 시작했다. 패스트볼 54.2%, 슬라이더 14.7%, 커브 12.2%, 체인지업 18.7%의 비율이다. 커브는 약 2.6%정도 올랐고, 체인지업은 1.7% 줄었다. 매우 낮은 퍼센테이지로 보이지만 실제 경기 체감 숫자는 다르다. 거기에 류현진은 올해 아웃카운트를 잡는 상황의 결정구로 슬라이더와 커브를 주로 사용하며 체인지업에 대한 의존도를 점점 줄여가고 있다.
이는 전략적인 변화다. 우타자에게 더 효과적인 체인지업을 잘 던지는 류현진이 슬라이더와 커브까지 잘 구사하게 되면 좌우타자 상대 균형이 더욱 좋아진다. 거기에 슬라이더는 삼진을 잡는 결정구로 체인지업, 패스트볼과 함께 3지선다의 혼란을 줄 수 있다. 커브는 상대 타자의 타이밍과 밸런스를 흐트러뜨릴 수 있는 추과 효과가 있다. 커브에 더해 체인지업까지 섞으면 실제 체감하는 타자들의 구속 차이는 월등하게 벌어진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진출 첫 해 슬라이더를 집중적으로 연마하고 사용하며 결정구로 사용할 수 있게 끌어올렸다. 거기에 더해 올해는 커브의 구사 비율을 눈에 띄게 높였다. 제구와 각도도 점차 좋아지는 모습이다. 슬라이더도 꺾이는 각이 적은 대신 속도가 빠른 고속 슬라이더를 구사, 결정구로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당장 올해 류현진의 변화구 구사능력을 평가하기는 어렵다. 아직은 본인의 설명대로 손에 익어가는 단계기 때문이다. 동시
그럼에도 가장 고무적인 부분은 류현진이 완전체 투수로 향하고 있다는 기대감이다. 체인지업을 놀라운 속도로 익혀 한국과 미국에서도 손꼽히게 잘 던졌던 류현진이다. 류현진의 진화가 더욱 흡족하게 다가온 피츠버그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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