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윤지 인턴기자] 개인 첫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에 도전하는 삼성 라이온즈 좌완 에이스 장원삼(31)이 9승째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두경기 연속 2회말 급격하게 무너지는 모습으로 단순한 '아홉수'로 덮기에는 민망할 아쉬운 경기를 했다.
장원삼은 23일 사직구장서 열린 2014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1⅓이닝 동안 8피안타(2피홈런) 1탈삼진 7실점(7자책)을 기록하며 올 시즌 최악의 모습을 보였다. 장원삼은 경기 전까지 지난 2012 시즌부터 이어온 롯데전 7연승에, 올 시즌 2경기 등판해 2승·평균자책점 0.71을 기록하고 있던 '롯데 킬러'였다. 그러나 경기가 시작되자 킬러의 모습은 온 데 간 데 없었다.
↑ 장원삼이 23일 사직 롯데전에 선발 등판하여 2회말 전준우에 스리런 홈런을 허용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부산)=김영구 기자 |
순조로운 시작을 알리며 10승을 꿈꾸던 장원삼은 그러나 2회말 급격히 무너졌다. 선두타자로 나선 최준석에 3-2 풀카운트서 솔로 홈런을 허용했다. 점수는 3-1로 계속된 리드 상황이었지만 장원삼은 스스로를 다스리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어 후속타자 황재균에게도 안타를 허용하며 악몽과도 같은 2회말의 시작을 알렸다. 4번 타자 최준석부터 시작된 2회말은 이미 한 타순을 돌았고, 장원삼은 희생 플라이로 잡은 아웃 카운트 하나만을 기록한 채 대거 8피안타(2피홈런)를 허용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난조를 보이는 선발투수에게 기회를 더 주며 끌고 가려 했지만 연속으로 안타를 맞으며 스스로 늪에 빠진 장원삼은 헤어 나올 줄을 몰랐다. 장원삼은 결국 2회말 다시 돌아온 최준석 타석에서 마운드를 김현우에게 넘기고 물러났다. 3.89를 기록하며 이 부문 9위에 랭크돼 있던 평균자책점은 4.61로 솟으며 15위까지 떨어졌다. 삼성 타선이 폭발한 덕에 패전은 면했다.
악몽 같은 2회말. 장원삼은 직전 경기와 같은 모습을 ‘리플레이’하고 있었다. 직전 경기였던 지난 15일 잠실 LG전서도 한 순간에 무너졌던 그다. 당시에도 등판 전 장원삼은 올 시즌 LG 전에 2경기 등판해 1.54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2승을 올리는 등 좋은 모습을 이어가리라는 기대를 받았었다. 그리고 장원삼은 기대처럼 1회말 1탈삼진 포함 삼자범퇴를 기록하며 깔끔하게 출발했다. 그러나 역시 ‘마(魔)의 2회말’에 급격히 무너진 바 있다. 2회말에만 밀어내기 볼넷을 두 번 연거푸 허용하면서 스스로 위기를 만들며 3실점 했었다.
그 날과 다른 점이 있다면 위기에서 끝끝내 탈출하지 못했다는 것. LG전서는 먼저 4실점을 하며 패전 투수가 되기는 했지만 이후 위기는 잘 넘겼고, 7회까지 버텨 불펜 운용에 도움이 됐다.
그러나 23일의 장원삼은 스스로 빠져든 위기에서 탈출하지 못했다. 한 번 흔들리자 멈출 길이 없었다. 1회 단 12개의 공만 던지며 효율적인 투구를 했던 장원삼은 2회 40개의 공을 던졌다. 홈런에 동요하면서 투구수가 늘어났고, 투구수가 늘어나자 공이 흐트러지는 악순환을 겪었다.
결정구 사용에 있어서도 아쉬움을 남겼다. 2회말 9명의 타자를 상대하면서 한 타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직구가 공략 당했다. 1회 좋았던 변화구를 더 이상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했다. 직구를 노리고 들어온
두 번의 악몽 같은 2회를 겪은 장원삼. 두 경기 동안 2회 피안타율이 무려 0.833, 피출루율 0.765, 피OPS는 2.182까지 기록됐다.
‘리플레이’ 끊어내기, 장원삼이 10승 달성으로 가기 위해 다음 등판에서 꼭 넘어야 할 관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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