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최종엔트리를 두고 각종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인천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의 강점과 취약점은 무엇일까.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대한야구협회(KBA)는 28일 오후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 회의실에서 인천 아시안게임 기술위원회를 열고 야구대표팀 최종 엔트리 24명의 명단을 확정, 발표했다.
병역 미필 선수들이 13명, SK를 제외한 각 구단에서 1명 이상씩 선발된 상황에서 일부 선수들의 탈락과 선발을 두고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확정된 명단은 다음과 같다.
↑ 논란의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의 강점과 취약점은 무엇일까. 사진=곽혜미 기자 |
※아시안게임 대표팀 최종명단
▲투수(11명)=차우찬·안지만·임창용(이상 삼성), 유원상·봉중근(LG) 김광현(SK) 한현희(넥센) 이재학(NC) 양현종(KIA) 이태양(한화) 홍성무(동의대) ▲포수(2명)=강민호(롯데) 이재원(SK) ▲내야수(6명)=박병호·강정호·김민성(이상 넥센), 오재원(두산) 황재균(롯데) 김상수(삼성) ▲외야수(5명)=김현수·민병헌(두산), 나성범(NC), 손아섭(롯데), 나지완(KIA)
◆ 장점- 다수의 멀티플레이어, 정확도+장타력 갖춘 타선
일단 가장 큰 장점은 다수의 멀티플레이어를 보유했다는 점이다. 박병호와 강정호 정도를 제외한 4명의 내야수들이 모두 복수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자원들. 대표팀 선발 논란의 화두가 ‘멀티 능력’이지만 사실 가능만 하다면 여러 긍정적인 요소가 있는 부분이다.
일단 전략의 폭이 넓어진다. 단기전일수록 특정선수의 컨디션에 의존하는 바는 큰데, 상황에 맞춰 다수의 선수들을 투입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경기 중 교체를 통해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정확도와 장타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홈런 1,2위의 박병호와 강정호를 중심으로 김현수, 나성범, 나지완 등이 포진할 중심타선의 무게감은 상당하다. 거기에 올 시즌 높은 정확도와 장타력을 자랑하고 있는 이재원, 손아섭, 민병헌, 김민성 등의 존재도 든든하다. 좌우타선의 짜임새도 나쁘지 않다.
이름값이 아닌 현재 기량을 중심으로 한 구성만 놓고보면 큰 약점이 보이지 않는 균형잡힌 타선이기도 하다.
◆ 단점 ⓵ 부족한 경험
지난 광저우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의 평균 연령은 26.7세였다. 이번 대회는 이보다 더 낮아졌다. 주축 선수들 대부분이 20대 중후반이다. 만 30세를 넘긴 선수가 안지만, 임창용, 봉중근 단 3명 뿐이라는 것에서 이번 대표팀이 얼마나 젊은지를 확인 할 수 있다.
프로 국제대회 경험도 일천하다. 첫 승선한 선수가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중심을 잡아줄 주축 선수가 30대 3인방을 제외하면 딱히 보이지 않는다.
물론 ‘국제대회 경험’이라는 부분이 눈에 보이지 않는 허상이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현역시절 국제대회서 맹활약을 했던 한 야구 관계자는 “국제대회는 경험보다 개인의 선전이 더 중요한 자리다. 국제 대회 경험은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절대적인 부분은 아니다”라며 영향력을 부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단기전의 국제대회서 자칫 예상치 못한 순간 좌초할 경우에는 중심을 잡아 줄 더그아웃의 리더가 많지 않다는 점은 분명한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예선에서 1승 제물로 꼽았던 팀에게 종반까지 리드를 뺏기고 끌려가는 상황은 리더이자 베테랑이 필요한 순간이다. 분위기에 휩쓸려 초조해진다면 승부를 그르칠 수 있고, 이것은 대회 전체에 뼈아프게 작용할 수 있다. 국제야구대회 역시 팀 스포츠인 것은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2차엔트리 까지 몇몇 베테랑선수들의 선발 논의가 있었지만, 최종 엔트리에는 경험이 많은 선수들을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 단점 ⓶ 우완 선발 없는 마운드 어떻게?
우완선발은 보다 논란이 클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애초에 대표 선발에 가장 난항을 보였던 포지션인데 결국 가장 큰 약점으로 남을 전망이다.
뽑힌 11명의 투수 중 선발이 가능한 우완은 이태양, 이재학에 더해 아마추어 홍성무 뿐이다. 선발 원투펀치로 김광현과 양현종 2명의 현 국내 최고 좌완이 존재하는데 비해 우완들의 무게감은 상당히 떨어진다. 특히 이재학은 사이드암 투수라는 점에서 순수한 정통파 우완과 다른 쓰임의 구분으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하다. 역대 쟁쟁했던 우완 선발 에이스들과 비교하면 이번 대회는 핵심 우완의 존재감이 미약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에 현 국내 최고 우완 투수 중 1명이자 베테랑인 윤성환(삼성)이 선발되지 않은 점은 다소 납득하기 힘든 결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석민 등의 일부 선수들과 달리 윤성환은 특별히 탈락의 이유가 공개되지 않았다. 윤성환을 배제한 기술위원회와 류중일 감독의 선택은 이번 대표팀 선발의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을 수도 있을 전망이다.
애초에 류 감독이 선호했던 다수의 선발 투수를 뽑아 선발 경쟁에서 제외된 투수들을 구원으로 활용하기로 했던 복안도 전면 수정될 수밖에 없다. 현재로서는 믿을만한 필승카드로 선발 로테이션을 꾸리는 것도 그리 수월해 보이지는 않는 상황이다.
◆ 단점 ⓷ 테이블세터 부재, 꾀돌이가 없다
짜임새를 갖춘 타선으로 보이지만 약점도 있다. 바로 테이블세터 역할을 맡을 자원이 적다는 점이다. 일단 소속팀에서 테이블세터 역할을 하고 있는 두산의 오재원과 민병헌, 삼성의 김상수가 이 역할을 수행할만한 자원. 하지만 민병헌은 장타력과 정확도가 두드러지는 신 개념의 1번 타자다. 빠른 발로 상대방을 흔들고 작전을 수행하는 전통 유형의 테이블세터는 사실상 오재원과 김상수뿐이다. 거기에 김상수는 강정호가 있어 일단 주전이 아니다. 전체적인 기동력 측면에서도 평균치는 크게 떨어지지 않지만 최고 수준의 주루를 갖춘 타자들의 면면은 역대 대표팀과 비교하면 다소 손색이 있다.
다른 여러 대안들을 떠올려봐도 전통적 역할을 수행하는 테이블세터라는 기준에 맞춰보면 확실히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야구는 가끔, 화끈한 장타 1방보다, 섬세하고 작은 플레이 1개가 경기를 뒤흔드는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 상대적으로 대비할 정보가 적은 국제대회서 이런 플레이들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대타와 대수비 등의 상황에서 폭이 좁아진다는 것은 상당한 아쉬움이다.
그간 이종욱-정근우-이용규 등 역대 테이블세터들이 보여줬던 재기넘치는 플레이는 이번 대표팀에게서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최종 탈락된 서건창이 그리워지는 대목이다.
이것 외에도 올 시즌 타격능력이나 전체 컨디션이 좋지 않은 강민호와 풀타임 포수 경험이 많지 않은 이재원이 지키는 포수도 위험부담이 꽤 있다. 뒷문도 썩 완벽하지는 않다. 그간 오승환이라는 강력한 수호신에 더해, 쟁쟁한 선발 투수들이 버티고 있는 호사
결국 드러난 강점보다 취약점이 더 눈에 많이 들어오는 엔트리다. ‘최고의 선수들, 현재 최상의 활약을 펼친 선수들을 선발한다’는 원칙에 입각한 선발이었는지를 다시 떠올려지는 엔트리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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