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윤지 인턴기자] 넥센이 0-7경기를 10-8로 뒤집으며 저력을 보여줬다. 단순히 방망이의 힘만은 아니었다. 대 역전극의 중심에는 중간투수 조상우(20)가 있었다.
조상우는 28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SK전에서 3⅓이닝 동안 3피안타 1볼넷 2탈삼진 1실점(1자책)하며 팀 승리에 큰 힘을 보탰다. 이날 경기서 양 팀 타선이 화력쇼를 펼친 가운데 가장 빛난 투수는 단연 조상우였다.
↑ 조상우가 28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 3⅓이닝 1실점 역투하면서 넥센 승리의 주역이 됐다. 사진(인천)=한희재 기자 |
넥센은 3회부터 5회까지 타선의 응집력을 앞세워 각 2·4·4점을 뽑아내 10-7로 역전에 성공했다. 이제 가장 경계해야 할 상황은 득점 뒤 실점. 힘들게 역전해놨더니 바로 실점을 한다면 타자들의 맥이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조상우를 가진 넥센이기에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상할 필요는 전혀 없었다. 불펜에서부터 당당한 모습으로 등장한 조상우는 5회말 3점차 리드 상황에서 2사 2루 나주환을 유격수 땅볼 아웃으로 잡아 이닝을 마무리 지었다. 6회말에는 임훈 우익수 플라이-한동민 좌익수 플라이-이명기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내며 삼자범퇴 이닝을 가져갔다. 7회말 선두타자 김성현을 안타로 내보낸 후 2아웃을 잡아놓고 박정권에게 1타점 적시타를 허용하며 부상 복귀 후 첫 실점을 기록했지만 다음 타자 나주환에게는 3구만에 헛스윙 삼진을 잡아내며 추가 실점을 막았다.
8회말에도 등판한 조상우는 임훈 삼진-한동민 투수 땅볼-이명기 내야안타-김성현 좌익수 플라이로 이닝을 직접 마무리했다. 한동민 타석에서 방망이가 마운드 정면으로 날아가기도 했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공이나 잡아’ 1루에 송구하는 플레이는 조상우의 평소 의연한 모습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필승조 듀오' 한현희가 26,27일 41구를 연투하며 등판을 할 수 없는 조건이었다. 조상우는 한현희의 역할까지 책임지면서 굳건하게 팀 승리를 지켜나갔다. 조상우는 9회말 마무리 손승락에게 마운드를 이어주고 내려오기까지 자신의 몫을 100% 완벽하게 해내며 기대에 부응했다.
조상우는 이날 등판한 양 팀 투수 12명을 통틀어 가장 긴 이닝을 책임졌다. 이날 던진 3⅓이닝은 종전 2⅔이닝을 넘어선 이번 시즌 최다 이닝 소화. 53구의 투구수 역시 자신의 올 시즌 최다 투구 기록이었다.
조상우는 경기 후 “신기하게도 다치기 전보다 오히려 지금이 완급 조절이 더 잘된다”며 “전에는 힘으로만 했는데 지금은 그 요령을 알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 말 그대로였다. 조상우는 최고구속 152km의 직구와 슬라이더를 번갈아 결정구로 사용하면서 효과적으로 SK 타자들을 요리했다. 부상 전까지 18경기 24이닝 21피안타 10볼넷 23탈삼진 8실점(8자책) 평균자책점 3.00 성적을 냈던
표본이 적어 수치상의 단순 비교는 무리더라도 조상우의 최근 피칭을 볼 때 더 강해져서 돌아온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점점 더 단단해져 가는 조상우의 모습, 내일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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