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대구) 서민교 기자] 에이스의 맞대결을 예상했던 경기가 숨 막히는 불펜전으로 뒤바뀌었다. 9개 구단 가운데 구원투수 평균자책점 1‧2위 팀간 마운드 대결은 그 자체로 또 다른 묘미였다. 그러나 국가대표 더블 스토퍼는 둘 다 웃지 못하고 혹독한 수난을 겪었다.
30일 대구구장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LG 트윈스전. 이날은 양팀의 에이스 윤성환(삼성)과 류제국(LG)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양상은 정반대. 윤성환과 류제국은 올 시즌 최소이닝 강판이라는 최악투로 일찌감치 마운드를 내려갔다.
↑ LG 트윈스 마무리 봉중근의 심각한 표정. 사진(대구)=옥영화 기자 |
2회까지 6-6으로 맞선 난타전 예고. 그러나 선발이 내려간 3회부터 예상치 못한 투수전이 펼쳐졌다. 3회부터 7회까지 팽팽한 0의 행진이 이어졌다.
사실 시즌 기록을 뒤적이면 불펜전이 이상하진 않다. 삼성과 LG는 이날 경기 전까지 팀 구원투수 평균자책점 1‧2위를 기록했다. 삼성은 평균자책점 4.36, LG는 평균자책점 4.43을 찍으며 백중세였다.
불펜을 먼저 가동한 LG는 2회 무사 1루서 마운드에 오른 신동훈이 4이닝을 무실점으로 책임졌다. 투구수 65개를 기록하며 안타 3개와 볼넷 1개만 허용했다. 류제국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투구수로 투혼을 발휘한 것. 그 뒤를 이어 유원상이 1이닝을 무실점으로 깔끔하게 막아냈다. 7회 윤지웅이 2볼넷으로 흔들리며 무사 1, 2루 위기에 몰리자 정찬헌이 진화에 성공했다.
삼성도 3회부터 불펜이 나섰다. 무사 1루서 김현우가 등판해 1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이어 권혁이 1⅔이닝, 차우찬이 3이닝을 무안타 무실점으로 8회까지 완벽하게 LG 타선을 잠재웠다. 차우찬은 전날(29일) 부진을 말끔하게 씻은 쾌투였다.
↑ 삼성 라이온즈 마무리 임창용의 역투. 사진(대구)=옥영화 기자 |
삼성은 정찬헌을 상대로 집중력을 보였다. 선두 이지영이 우중간 안타로 기회를 만든 뒤 대주자 강명구 카드를 꺼냈다. 이어 나바로가 중견수 키를 넘기는 결정적인 결승 2루타를 때려내 7-6으로 극적인 역전에 성공했다. 박용택의 어깨 통증으로 중견수를 맡은 채은성의 아쉬운 수비가 정찬헌을 돕지 못했다. 정찬헌은 만루 위기서 이승엽을 외야플라이로 잡아내 추가 실점은 막았다.
여전히 1점차 살얼음판 승부. 삼성은 9회 마무리 임창용을 투입했다. LG도 브래드 스나이더를 대타로 내세웠다. 임창용은 스나이더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대타 정성훈에게 좌전안타를 허용했다. 임창용은 오지환을 삼진으로 잡았지만, 대주자 황목치승의 도루로 2사 2루 위기가 이어졌다. 아웃카운트 1개를 남겨둔 상대는 손주인.
예상치 못한 LG의 뒷심이 다시 승부를 뒤집었다. 손주인은 임창용의 초구를 노려 극적인 재역전 좌월 투런포를 터뜨렸다. 임창용은 김용의를 삼진으로 처리해 3탈삼진을 기록했으나 통한의 홈런에 고개를 숙였다.
8-7로 앞선 LG의 9회말 수비. 마무리 봉중근 대신 특급불펜 이동현이 먼저 마운드를 올랐다. 이동현은 박한이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이영욱을 2루수 땅볼로 깔끔하게 처리하고 마무리 봉중근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봉중근은 이흥련과 김상수에게 연속 좌전안타를 허용해 2사 1, 3루 위기에 몰렸다. 봉중근은 나바로를 고의4구로 거른 뒤 대타 김헌
선발 맞대결이 예상됐던 이날 승부는 불펜을 넘어 국가대표 마무리 싸움으로 희비가 갈린 명승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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